십 층을 올라가는 동안 어디로 가시냐느니, 이 집을 떠나기 싫어 고민이 많았다느니 같은 말들이 오갔다. 집에 들어와 가족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니 다들 놀란다. 한마음으로.
옆집과 친하냐면 전혀 아니다.
입주 때부터 무려 15년을 옆집에 살았다. 옆집 부부는 나보다 연배가 훨씬 높으신 데다 워낙 점잖으신 분들이라 인사 정도만 나누는 정도였다. 간혹 과일이나 떡 같은 걸 나눠먹은 게 다였다.
그런데 이렇게 서운한 건 왜일까?
은퇴하신 걸로 추정되는 아저씨는 늘 하얀 몰티즈를 담요로 싸서 품에 꼭 안고 엘리베이터에 타셨다. 그 강아지가 땅에 발을 딛고 있는 걸 본 적이 없다. 얼마나 애지중지 하시는지... 엘리베이터 안 정적이 어색해 별로 관심도 없는 강아지에 대해 괜히 이것저것 물어보곤 했다.
왜 이렇게 담요로 싸고 계세요?
우리 강아지가 추위를 많이 타서요. (헐)
우리 강아지 안 시끄러워요?
아유, 소리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어요. 얼마나 얌전한지. (사실이다)
(괜히) 에구, 이뻐라.
안녕하세요, 해야지.
이 정도의 대화.
언젠가부터 아저씨는 까만 비닐봉지를 들고 1층 현관 앞 화단을 서성거렸다.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뭐, 하세요?
고양이 밥 주려고요.
그러고는 화단 안 풀밭으로 휘적휘적 걸어 들어가셨다. 길고양이 몇 마리가 거기 있었다.
"야옹아, 밥 먹어라."
매일 이른 저녁 시간에 길고양이들 밥을 챙겨주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그 시간 즈음이면 고양이들이 먼저 야옹거리며 기다리고 있다. 어느 날은 큰 사료 한 포대를 짊어지고 가시기에, "강아지 밥인가 봐요" 하니까 고양이 사료란다.
말수 없던 아저씨가 달리 보였다.
아저씨가 이사 가면 이제 고양이 밥은 어떡하나? 싶다.
by duduni
가능한 한 서로 피해 안 주려 애쓰고웃는 얼굴로 인사 나누며 늘 그 자리, 우리 옆집에 살고 있었던 이웃.
한편으로는 그동안 너무 조심하며 살았나 싶기도 하다. 좀 더 정을 나누었어도 좋았을 걸. 있는 듯 없는 듯 무탈하게 우리 집 옆자리를 지켜준 이웃 그 자체로 감사하다.
별 말 나누지 않던 이웃이라도 오며 가며 마주치며 인사 나누는 정이 들었나 보다. 15년의 세월을 같은 공간에서 보냈다는 동질감이 두 집 사이를 메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