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월, 영화관에서 마지막으로 본 영화가 생각난다. 우연히 홍보 영상을 보고 ‘이건 꼭 봐야 해’라는 마음으로 영화관을 찾았다.
은퇴한 미술 교사가 인생의 꿈이었던 몽마르트 언덕 화가가 되는 도전과 경험을 담은 독립영화 <몽마르트 파파>였다. 그림을 그리는 내게 몽마르트 화가는 그 소재만으로도 충분히 매혹적이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후였다. 은퇴 전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수업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세상에! 내가 졸업한 중학교가 아닌가! 그러고 보니 주인공의 성함과 얼굴이 낯설지 않았다.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중학교 때 미술 선생님이 분명했다. 단순한 관객의 눈에서 제자의 눈으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그때부터 눈에 불을 켜고 영화에 몰입했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한 달간 꿈에 그리던 몽마르트 언덕 화가로 활동한다. 춥고 궂은 날씨에도 야외에 이젤을 놓고 그림을 그린다. 급기야 비까지 내리자 한 손에 우산을 들고 그리기를 이어간다. 일명 ‘필’을 받았는데 접을 수 없다는 의지였다.
by Duduni
을씨년스러운 언덕에서 꿋꿋하게 붓을 잡고 그리는 모습이 뭉클했다. 어쩌면 짠해 보일 수도 있는 장면이지만, 내게는 이 영화 최고의 하이라이트였다. 오래도록 간직한 꿈을 포기하지 않은 것이, 그 꿈 앞에서 나이도 체면도 잊은 채 열정적으로 도전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꿈을 지닌 청년 그 자체였다.
나이 앞에서 빛이 바래는 꿈을 흔히 본다. ‘이 나이에 뭘, 가만히 있는 게 돈 버는 거지, 알 필요 없어 어차피 잊어버릴 건데…….’ 습관처럼 하는 말이거나 나이 듦이 한스러워 내뱉는 넋두리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말들을 단호히 거부한다. 으레 하는 말에 휘둘리고 싶지 않다. 꿈을 이룰지 못 이룰지는 해 봐야 아는 것 아닌가. 일단 움직여 보는 거다. 시도해보는 거다. 그래야 후회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