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펑 눈이 온 지 이틀 후였다.
사람 발길이 많은 길이나 도로에는 축축한 물기만 남아있었다.
멀리 앙상한 나무 그림자가 드리워진 산등성이나, 하루 종일 해가 들지 않는 구석진 곳에만 눈이 남아 있었다.
식구들이 깨지 않은 아침, 맑은 공기를 마시러 밖으로 나갔다.
나서자마자 훅 들어오는 공기가 코를 찌릿하게 했다. 그 알싸한 싸늘함이 좋았다.
눈은 영하의 기온에 녹다 말고 얼어있었다. 밟으면 뜨드득 뜨드득, 입안에서 얼음을 깨물어 먹는 느낌이었다.
눈이 내리지 않았다면 썰렁했을 겨울 풍경이 눈 덕분에 한 폭의 풍경화 같다.
눈의 마법이다.
휑한 공간이며 지저분한 살림살이며 아무 느낌 없던 구석구석까지 아름답게 변신시킨다.
하얀 눈이 덮이면 그 모든 것이 하나의 그림이 된다. 심지어 트럭이며 자동차까지 뽀얀 눈을 입으니 귀엽게 보인다.
이럴 때마다 '자연의 힘'을 느낀다.
이토록 광범위한 세상을 한꺼번에 마법에 빠지게 만드는 건 오직 자연뿐이다.
뜨드득, 얼음길을 밟으며 천천히 걸었다.
그러다 이곳을 발견했다.
마침 아무도 밟지 않은 곳.
가장자리 쪽으로 발자국이 몇 줄 나 있었지만 흔적 없이 깨끗한 부분이 꽤나 넓게 남아 있었다.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하얀 공간이 고스란히 남았고, 그곳을 밟지 않고 온전히 놓아둔 사람들에게 괜스레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은 얼어있어도 포슬포슬했다. 뽀드득뽀드득, 소리부터 달랐다.
by duduni
아침 햇살에 나무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하얀 공간 위에 그려진 푸르스름한 그림자를 놓칠 수 없지.
사진을 찍으러 앵글을 맞췄다.
그 순간,
반짝반짝!
바다의 윤슬과는 또 다른 반짝임이었다.
마치 다이아몬드가 흩뿌려진 듯.
눈이 쌓이고 시간이 흐르고, 일부는 녹고 그러다 얼어있는 상태.
딱 그 시점에 볼 수 있을 광경이었다!
눈부신 반짝임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온전히 남겨진 눈밭과 아침 햇살과 겨울 날씨가 만들어낸 환상적인 순간이었다.
나 비록 어떤 보석도 가지지 못했지만,
자연이 선사해 준 황홀한 보석을 흠뻑 향유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고요한 아침에 사방에서 은은하게 반짝이는 보석을 두르는 기분.
'충만하다'는 말이면 충분할까?
눈과 얼음이 만들어낸 화려한 반짝임으로 짜인 다이아몬드 눈 카펫을 사뿐히 밟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밟지 않았다.
그대로 남겨두었다.
내 뒤를 지나갈 어떤 이가 이 충만함을 느낄 수 있도록.
그리하여 그도 그날 하루가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