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세상이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데
공부는 여전히 해야 할까

행복해지기 위해 공부는 앞으로도 더 중요해진다.

by 안작가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두 아이를 키우면서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을 해 왔다.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세상에서 이렇게 기술발전이 빠른 세상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과연 공부를 해야 하는 걸까? 중 고등학교 시절부터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의 본질에 대해 수많은 고민을 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는 스타일이라 굳이 나와 큰 관련성이 없다면 소극적으로 거부하는 편이었다. 디지털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고, 최소한의 것만 익히며 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가 아니면 굳이 배우려고 애쓰지 않았고, 몸과 시간으로 때우며 업무 막노동을 하며 살아왔다. 이렇게 살아도 대한민국 교사 평균으로 살아가는 것은 매우 숨 가빴다. 굳이 새로운 것을 더 배우며 살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고, 수작업을 하면 더 빠르게 해결하는 게 가능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바뀐 건 몇 년 전부터 등장한 생성형 인공지능 덕분이다. 나부터 신기하고 놀라웠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수업에 적용해서 놀라운 경험을 공유하게 해 주고 싶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생성형 인공지능은 내 업무와 수업의 질과 창의성을 높여주었지만, 점점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겨우 변화에 따라갈 수 있을 뿐이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것이 등장하고 내가 알던 기술은 다시 업그레이드되었다. 하지만 기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더 이상 내가 하던 대로의 수업과 업무는 나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새로운 기술과 코스웨어가 등장하면 다시 배우고 수업에 적용하기를 반복했다. 이런 순환 속에 몸은 좀 고단해졌지만, 나는 공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살아가는 내 모습이 만족스러웠다. 사실 나는 교사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적당한 시기가 되면 전업 작가가 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웬만한 일은 추진력이 엄청난데 교직을 내손으로 관두는 건 쉽지가 않았다. 나 자신에 대해 밀도 있게 고민할 틈이 없었다는 게 핑계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인공지능과 함께 하는 수업이 나의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한 가지에 파고들수록 내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과연 중 고등학교 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지에 대해 더욱 깊게 고민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학생들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 더욱더 공부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깨달았다. 수업을 잘하기 위해, 내 아이에게 좀 더 지혜로운 부모가 되기 위해 나부터 내가 가진 것을 우려먹기만 해서는 부족했다.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세상에서 학생들과 내 자녀가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먼저 세상의 변화가 너무나 빨라 영어로 된 문서를 번역한 책이 나오기 전에 내가 직접 영어로 검색하고 전 세계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했다.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탐구하고 해결책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든 생각인데,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수학 과학 공부를 하면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보고 2박 3일간 끙끙 앓으면서 풀었던 그 경험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이 상황에 끈기를 만들어주었고, 논리력의 바탕이 되었다. 나는 개념을 이해하고 해답을 보지 않고 끝까지 문제를 해결하던 학생이었다. 그리고 다른 해결책을 찾아보고 또 다른 풀이과정을 탐구하던 학생이었다. 그때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던, 그리고 다른 방식을 찾아봤던 쾌감이 지금 나에게 닥친 문제나 업무 등을 해결할 때 느껴지는 즐거움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 나은 교사가 되었냐고? 월급이 더 많아지냐고? 묻는다면 더 행복해졌다고 우문현답을 해 주겠다. 요즘같이 내 직업이 자랑스럽고, 학생들에게 주는 기쁨이 큰 적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시간에는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사람이었지만, 교직에서 드는 만족감은 크지 않았는데 내가 스스로 공부하고 미래사회의 변화에 앞장서서 학생들과 자녀들과 소통한다는 생각을 하니 매일매일이 더 행복하다. 내일 수업할 생각에 설렌다. 두 딸의 수학, 과학 공부와 영어공부를 더 열심히 시켜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비밀스럽게 속삭이고 싶다. 물론 리터러시 교육은 기본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되고 싶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