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용 언어학자 김성우 저자의 북콘서트에 다녀와서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 쓰기를 어떻게 바꿀까>란 책 저자의 북콘서트 소식을 듣고 바로 신청했다. 이어서 북콘서트 전에 4주간 도서를 함께 읽는 온라인 모임이 있다고 해서 신청하고 4번 중 3번을 참여했다. 물론 책도 우여곡절 끝에 완독 했다. 혼자 책을 읽는 것보다 20여분의 같은 책을 읽는 사람들과 함께 읽고 4주 동안 4번 온라인 모임을 1시간씩 가지니 완독에 큰 도움이 되었다. 10권의 책을 혼자 읽는 것보다 1권의 책을 10명의 사람들과 함께 읽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물론 장단점이 있는 문제 이긴 한데 나 같은 경우엔 함께 읽는 것이 훨씬 좋은 독서 경험이었다.
책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부상과 새로운 읽기-쓰기의 상상력'이라는 말로 들어가는 말을 시작한다. 인공지능이 읽고 쓰는 활동을 하니 인간의 읽기와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정보를 처리하고 언어학자인 저자도 인간이 썼다고 착각할 정도로 그럴듯하게 언어를 생성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미 전 세계는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사람과 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갈리며 인공지능을 활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 위너가 될 것이라는 암시를 곳곳에서 하고 있다. 나도 우리 아이들이 새로운 기술의 시대에 세상밖으로 나가 잘 적응하고, 유능한 인재가 되길 바라는 사람으로서 교육에 어떤 식으로 도움을 줄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책 p329에 "냉장고에 먹을 게 넘쳐 나도 엄마가 없으면 먹을 게 없지?"라는 말이 나온다. 교육적 자원과 학습의 관계도 비슷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배울 거리가 온 세상에 넘쳐 나도 다 나에게 쓸모 있게 지식으로 체화되는 건 아니라고 한다. 학습자마다 받아들이는 방식과 속도 등에 따라 넘쳐나는 배울 거리들은 다르게 흡수된다고 한다. 심지어 일부는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현실을 마주하기도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모두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내가 교실에서 아이들과 해야 하는 수업은 뭘까? 생성형 인공지능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현란하게 가르치는 것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 있는 듯하다.
"손에 망치를 들고 있으면 온 세계가 못으로 보인다"는 p335의 글귀가 또 한 번 나의 뼈를 때렸다. 그동안 내가 하나라도 더 배워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던 인공지능 관련 수업은 결국 내가 인공지능이란 망치를 들고 있었기 때문에 생성형 인공지능 학습도구가 못으로 보였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결국 인공지능 코스웨어를 사용해서 수업을 해 보니, 전통적 읽고 쓰기의 힘이 부족한 학생들과 뭐든 안 하는 학생들에겐 큰 도움이 되지 않았고, 내가 케어해야 하는 학생들이 더 많이 늘어나서 체력적 고갈이 빠르게 왔다. 책에서 저자도 결국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세상에 전통적 읽기-쓰기가 더욱 중요해진다고 한다. 학생들의 모든 결핍이 해소된다면 결국 뭐든 열심히 배우려고 할 것이다. 인공지능을 배우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북콘서트에서 저자의 강의를 듣고 느낀 것은 내가 이 강의를 실제로 듣고 싶어서 토요일 오전 9시부터 목동에서 수원 경기상상캠퍼스까지 왔다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다. 무려 왕복 세 시간 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