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서의 희생: 현대 사회를 비추는 거울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관통하는 가장 가슴 아픈 서사는 단연 말 복서의 비극적인 최후일 것이다. 그는 혁명의 이상을 굳게 믿고, 묵묵히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노동자 계층, 혹은 헌신적인 추종자를 상징한다. 복서가 늘 되뇌던 "내가 좀 더 일하면 된다"는 말은, 공동체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우리 사회의 수많은 이들의 목소리처럼 들린다. 내 주변을 둘러보아도, 시스템이나 리더십에 대한 순수한 믿음으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분들을 종종 목격하곤 한다.
이 헌신이 가장 비극적으로 변질되는 순간은, 그 헌신이 더 이상 필요 없어졌을 때 찾아온다. 복서가 늙고 병들어 더 이상 풍차를 돌릴 수 없게 되자, 지도자 나폴레옹은 그를 치료해 준다는 달콤한 말로 그를 마차에 태워 도살장으로 보낸다. 이 장면은 현대 사회에서 과도한 업무와 소진(번아웃)으로 인해 한계에 다다른 노동자가 결국 기업이나 시스템으로부터 가장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폐기'되는 현실과 놀랍도록 닮아있다. 우리는 종종 '조직을 위한 희생'이라는 미명 하에 개인의 가치를 쉽게 소모해 버리는 냉혹한 현실에 직면한다. 복서의 배신은 헌신 자체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그 헌신을 이용하고 배신하는 권력의 속성이 얼마나 냉혹했는지를 고발하는 강력한 메시지다.
그렇다면 우리는 복서의 운명을 피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나는 두 가지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첫째, 벤자민처럼 비관적으로 세상을 관망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클로버처럼 변해가는 현실을 묵묵히 지켜보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혁명의 근간이었던 7계명이 교묘하게 변질되는 것을 보았을 때, 그 변화를 의심하고 기존의 약속과 현재를 비교하는 비판적 사고가 필수적이다. 둘째, 성실함과 헌신에는 반드시 자신의 한계를 아는 지혜가 동반되어야 한다. 복서가 자신의 체력적 한계를 인정하고 '좀 덜 일하는 것'을 선택했다면, 그는 도살장으로 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성실함은 미덕이지만, 맹목적인 충성은 독재를 완성시키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복서의 희생은 우리에게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헌신은 누구를 위해 사용되고 있으며, 그 헌신이 끝났을 때 당신은 존중받을 것인가, 아니면 소모품처럼 버려질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야말로 <동물농장>을 읽는 현대인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복서처럼 헌신할 수는 있지만, 그 헌신이 배신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