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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풍뎅이 Dec 08. 2019

우리가 사랑하는 '국수'

 10월 어느 주말, 점심도 하기 귀찮고 남편, 나, 딸 셋이 다 좋아하는 '국수'나 먹으러 가자해서 국수 맛집을 검색한 끝에 제일 상단에 나온 집을 찾아갔다. 다소 투박스러운 식당 이름에 "맛있을까? 맛집이라고 찾아가면 꼭 맛없잖아." 반신반의하며 문을 열었다.

메뉴는 간단했다. 잔치국수, 비빔국수, 아기국수, 만두 이렇게. 적은 메뉴에 뭔가 신뢰가 갔다. 이것저것 많이 하는 식당은 전문성도 떨어지고 맛도 별로인 경우가 많아서 잔뜩 기대하며 비빔국수 곱빼기 하나, 비빔국수 하나, 아기국수를 주문했다. 육수는 셀프였는데 육수를 맛본 남편과 나는 신나서  번을 갖다 먹었다.(우린 국물 마니아다.) 후추 맛이 강해서인지 딸은 맵다며 먹질 않았고. 식당을 둘러보며 저기 전구는  꺼져있냐, 벽에 있는 그림에  아빠는 없냐  질문세례를 퍼붓는 사이, 국수가 나왔다.  넘어가는 비주얼의 국수는 매콤하고 새콤하고 정말 맛있어서 여태  먹은 국수  제일 맛있다를 연발하며 먹었다.  짧은 딸도 달콤 짭짤한 간장  아기국수에 빠져서 양도  되는 면을  먹고 국물까지 들이마셨다.


 "다 먹었어요 더 주세요"라는 말에 흐뭇해져서 하나 더 시켜 줬다.

"엄마가 해준 국수가 맛있어. 이 국수가 맛있어?" 물어보니 일초의 고민도 없이
"이거" 대답한다.


워낙 식탐이라곤 없는 딸인데(우리 부부는 많은데) 웬걸 이렇게 잘 먹는 걸 보니 남편과 나는 대만족이었다. 그 이후로 우리의 국수 맛집은 주말에 밥하기 귀찮을 때, 부모님이 오셨을 때 등 우리 가족 단골집이 되었다.

가끔 엄마가 해준 '비빔국수'가 엄청 먹고 싶을 때가 있었다. 오이, 삶은 달걀만 넣고 버무린 소박하지만 매콤 짭짤한 국수.

타지에서 오로지 내가 남편과 아이의 삼시세끼를 챙기다 보니, 내가 만든 것 말고 엄마의 손맛이 그리운 순간이 많다. 만두가 먹고 싶을 땐 엄마표 손만두가 생각나고, 금방 만든 겉절이가 먹고 싶을 때, 아삭아삭 오이소박이가 생각날 때, 가까이 살았으면 당장 엄마에게 달려가 먹고 싶다고 했을 거다.

그런데 이곳을 안 이후론 엄마에게는 미안하지만 엄마표 비빔국수가 생각나질 않는다. 나도 우리 딸처럼 여기 국수가 더 맛있나 보다.

"엄마 미안해.. 그래도 아직 엄마가 해주는 오이소박이는 최고야. 그것보다 맛있는 소박이는 먹어본 적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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