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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풍뎅이 Dec 12. 2019

산타할아버지는 왜?

작년 크리스마스 무렵, 어린이집에선 체육 선생님이 산타로 변신해 아이들에게 선물도 나눠주고 덕담도 한 마디씩 해주시는 행사를 했다.

얼마나 좋아할까 싶다가도 겁 많은 아이가 혹 울진 않을까 걱정도 살짝 되던 찰나 오후에 올라온 키즈노트엔 온통 웃고 있는 아이의 모습뿐이었다. 산타로 분장한 선생님은 눈만 빼꼼히 내놓으신 채 온통 얼굴을 수염으로 덮고 계셨다. 어른인 내가 봐도 살짝 무섭기도 했는데 딸은 안 무서웠나 보다.

아니면 선물이 무서움을 이겼거나.

그렇게 산타할아버지를 실제로 만나고 정말 그 존재를 믿게 된 딸.

올해 들어선 할아버지에 대한 궁금증도 많아졌다.


- 산타할아버지는 왜 루돌프를 타고 다녀?
- 산타할아버지는 왜 수염이 많아?
- 산타할아버지는 왜 우는 아이는 선물 안주신대? 울면 안 되는 거야?
- 산타할아버지는 왜 할아버지야? (?)


- 응 루돌프를 왜 타고 다니시냐면, 루돌프가 할아버지를 엄청 좋아해. 그래서 할아버지가 걸어 다니시면 다리 아플까 봐 썰매에 태워드리는 거야.

- 할아버지가 많이 바쁘셔. 열명한테 선물한다고 생각해봐. 엄청 힘들겠지? 근데 이 세상 모든 친구들에게 선물 주시려면 얼마나 바쁘시겠어. 그래서 면도할 시간이 없으신 거야.

- 계속 떼쓰면서 우는 친구는 안주신대. 근데 울어도 돼. 속상할 땐 우는 거야. 어른들도 울어.

- 원래 아저씨였는데 나이가 드셔서....


아이말에 내 멋대로 답해주다가 '울면 안 돼' 동요 속 우는 아이에겐 선물 안 주신다는 할아버지가 너무 야박하신 거 아닌가 싶었다. 울 수도 있지. 그래서 속상하면 울 수도 있다 말해주었다.



어릴 적 나도 울면 안돼를 신나게 따라 부르고 크리스마스 이브만 되면 산타할아버지가 오셔서 선물 주시길 간절히 기다렸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산타는 없고 그 역할은 부모님이 해주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크리스마스 아침 눈을 뜨면 머리맡 위에 선물 상자가 있고 그걸 열어보는 달콤한 상상을 많이 했는데, 안타깝게도 엄마 아빠는 그런 깜짝 선물을 준비할만한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으셨다. 대신 엄마가 전업주부였을 때까진(한 열 살 무렵인 듯) 꼭 트리를 꺼내 놓으셨기 때문에 성탄분위기 정도는 느꼈던 기억이 난다. 뭐라도 받아봐야겠단 생각에 양말을 걸어보기도 했는데 한 번은 양말속 천원을 보고 동생이랑 엄청 신나했던 적도 있었다.


그래서  아이에겐 언젠간 사라질 동심일지라도 기꺼이 산타 역할을 자처해 설레임을 많이 선물해주고 싶다.

더 이상 그 존재를 믿지 않는 나이가 되어도 일년 중 단 하루, 엄마 아빠가 오로지 윤이를 생각하며 즐겁게 준비한 선물을 부푼 마음을 가득 안고 뜯어볼 수 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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