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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풍뎅이 Dec 13. 2019

고마워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잠들기 전


- 고마워

- 왜?

-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 응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란 말이 왠지 낯간지러워 마음속으로만 생각했었는데 가만히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갑자기 튀어나왔다. 괜히 울컥해서 눈물 몇 방울이 흘러내렸는데 응 이란 쿨한 대답에 피식할 뻔했다.


밤늦게 들어온 남편에게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얘기하는데 괜히 눈물이 나더라 했더니

자긴 엊그제 회사 사람들이랑 점심 먹는데 딸 생각이 나면서 갑자기 눈물이 좀 나와 핸드폰 들여다보는 척 쓱 닦았다고 한다.

그 얘길 해주는 남편의 눈이 촉촉해 보였다.


우리가 어느새 엄마 아빠가 돼서 이렇게 딸 얘기하며 눈물을 글썽이다니. 신기하다. 13년 전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땐 자식은커녕 서로와 결혼할 거란 상상조차 하지 못했는데.


아이가 태어난 날 내 딸이 맞나 내가 엄마가 된 건가 어벙벙한 상태에 아이가 막 좋아지지도 않아 모성애 없는 매정한 엄만가 자책도 하고 그런 내 모습에 실망한 남편과도 많이 싸웠는데, 서서히 내 삶에 스며든 존재가 되었다. 뗄 수도 없고  떼어지지도 않는 그런 존재.


고맙다고 매일 밤 얘기해야겠다. 너의 엄마라는 자리를 내게 줘서. 너의 엄마가 아니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감정들을 선물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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