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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풍뎅이 Dec 17. 2019

작가의 서랍 속

11월 5일의 일상을 꺼내다.


우리 딸 감기 바이러스가 나한테 왔다. 어젯밤엔 근육통에 두통에 기침까지.. 너무 아팠다. 등원시키자마자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목도 아프고요. 두통이랑 근육통도 있어요." 아픈 증상들을 하나하나 읊었다. 푹 쉬고 식사 잘 챙겨 드세요. 잠도 푹 주무시고요.라는 의사 선생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약국으로 가 약을 받았다. 따뜻한 쌍화탕 좀 드릴까요? 쌍화탕보다 더 따뜻한 말이라 생각하며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날씨가 무척 화창하고 지나가는 사람들 표정도 활기차다. 오전 시간이라 지쳐있다기보단 모두 밝은 표정들. 병원을 다녀오니 약을 먹지 않아도 뭔가 치유된 느낌에 기운차게 카페로 가서 책을 읽었다. 도서관에서 빌린

'일단 오늘 한 줄 써봅시다'

꾸준한 글쓰기를 다짐했으나 부족한 실력에 대한 의구심, 이런 흔해 빠진 일상 글이 무슨 소용일까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던 내게 너도 할 수 있어! 용기를 북돋워주는 책. 아직 완독 하진 못했지만 오늘 읽은 부분 중


단지 있었던 일을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무언가를 느끼고 성찰하게 된다. 이것은 기록하지 않은 상태로 생각을 정리하려고 할 때, 정리가 잘 안 되는 것을 떠올리면 알 수 있다. 평소에는 무엇이 나에게 울림을 주는지 그 이유에 대해 골똘히 생각할 일이 별로 없다. 그러나 글을 쓰고 남기면 익숙한 것도 새롭게 해석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 일단 오늘 한줄 써봅시다. 김민태 저자-


저자는 아무리 흔한 일상도 기록하느냐 그냥 지나치느냐의 차이로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넘어가지 않는 참치김밥을 꾸역꾸역 밀어 넣고 서둘러 노트북 앞에 앉았다.

오늘은 뭐했더라? 흘려버린 일상이 아닌 감기로 아팠고 따뜻함을 느꼈고 책에서 위로도 받고 그걸 글로 써봤던 오늘이라고 기록해본다.


지난 11월 5일의 일상을 올려봤습니다. 뭘 쓸까 고민하고 내 글은 내가 읽어도 재미없어.라고 느끼며 자신감을 잃어가던 찰나 지난달에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던 저를 발견했어요. 아니 계속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냥 흔한 일상 이야기인데 계속 쓸거리가 있을까. 굴곡없던 평범 그 자체로 살아온 '내'가 쓴 글과 다른 흥미로운 글을 비교하며 위축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기록한다면 천천히 무언가 느끼게 되지 않을까,우리 딸과 같이 성장하는 엄마가 되지 않을까 싶어 용기를 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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