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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풍뎅이 Jan 04. 2020

어쩌다보니 삼십오살


"넌 이십이살될거야? 이십이살은 엄청 어른이잖아."


카페 가던 길. 학원가는 초등학교 1학년 정도 되보이는 아이들의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속에서 들린 말이다.

'이십이살이면 어린거지. 난 삼십 오살인데.' 


카페에 앉아서 주변을 한번 휙 둘러봤다. 2시가 넘은 시간인데 내 나이또래의 애기 엄마들도 있었고 대학생으로 보이는 커플도 보였다. 혼자 조용히 공부하고 있는 20대로 보이는 이들도 있었고.

언제 이렇게 나이가 먹었나. 늘 느끼는 거지만 신기할 따름이다.


늘 가는 단골카페는 사방이 유리창(?)으로 되있어 자연광이 많이 들어온다. 몰입헤서 글을 쓴다던가 책을 열심히 읽다 별 생각없이 가방에 있던 화장품을 꺼내 거울을 들여다 보면 참 우울하다. 놀란적도 있다.

자연광에 비친 내 얼굴은 화장이 얼룩져 있고 미간엔 살짝 주름이 가있고 이마 역시 주름의 흔적이 보이기 때문이다. 눈밑은 물론이고. 

인상을 써서 그런가 표정을 살짝 고쳐봐도 특유의 지친? 낯빛은 고쳐지지가 않는다.


그렇게 얼굴에 대한 관찰과 실망을 한날엔 꼭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묻는다.


- 여보 나 늙어보여?  나 이제 딱 봐도 애엄마로 보이지?

- 그럼 애엄마가 애엄마지.


역시 생각했던 대로다.

직설적인 남편에게 아직도 예쁘다는 입에 발린 거짓말을 바라진 않는다.

일전에도 결혼식장에 가거나 아는 동생을 만나러 갈때 화장과 옷에 더 신경쓰고 높은 구두를 신고선 


- 여보 나 아가씨때 같아? 아가씨로 보여?

- 아니 그냥 애기엄마같아. 넌 왜 애엄마가 아가씨로 보이려고 하냐.


남편은 애기 엄마가 왜 아가씨 같아 보이려 하냐면서 나를 한심하게 쳐다봤다.




나는 왜 아가씨 같다는 말이 듣고 싶었을까. 저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딸이 있는데. 아가씨 적에는 만나지 못했던 작은 우주가 내 옆에 있는데 말이다.


곰곰히 생각해 보다 단순히 내린 결론은, 아마도 지금은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로만 불리고 있으니 무의식적으로 '나'에 대한 그리움을 그렇게 나타내는 건 아닌가 싶다. 오로지 나로만 불리던 시절에 대한 향수.

그 시절이 빛났던 , 우울했던 간에 말이다.

아이와 함께인 지금의 나도 좋지만 그냥 '나'이고 '여자'이던 시절 그걸 남편이 계속 기억해 주고 인정해줬으면 좋겠다고 계속 외치고 있는 거였다.


어쩌다 보니 삼십오살. 시간은 빨랐고 앞으로도 빠를 것이다.  어쩌다 마흔살이 되면 또 어떤 마음이 들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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