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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풍뎅이 Jan 07. 2020

셋이라 더 좋았던 '생일'


분위기 좋은 곳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생일이니까. 하지만 모든 상황은 여의치가 않았다. 


일단 잘되던 냉장고가 갑자기 고장이 나버려 오전부터 수리기사님이 와서  봐주셨다. 콤프레셔를 교체해야 된다며 다음날 한번 더 방문해야 된다 하신다. 바로 고칠수 있을줄 알았는데 괜히 해결못한 일이라도 있는 양 개운치 않았지만 '겨울에 고장 나길 천만다행이다.' 나름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이번엔 병원으로 향했다.


딸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나도 꼭 옮는데 엊그제부터 머리가 지끈거리고 쉴 새 없이 콧물이 나와 약을 타서 먹었다. 약 기운 때문인지 하원한 아이를 데리고 케이크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오자 몸이 너무 나른하고 기운이 없어졌다


남편은 뭐 먹고 싶냐고 연신 연락을 했지만 기력도 없고 그냥 동네 고깃집 가서 고기나 먹자 했다.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안 자고 온 딸은 저녁이 되자 급격히 피곤해하며 나가서 밥 먹자 해도 자긴 추워서 싫다?며 집에서 먹겠다 고집을 부렸다. 집에서 먹으면 치워야 하는게 귀찮아 열심히 설득해 봤지만 통하지 않았다.


결국 집에서 배달로 해결했다. 생일이니까 나 먹고 싶은 거 먹을게 하며 시킨 참치회. 남편과 아이를 위한 치킨 그리고 케이크를 아이 그림 그리는 상에 올려두고 다 같이 노래를 불렀다.

엄마 생일이 아니라 본인 생일이라 우겨서 "사랑하는 윤이(엄마)의 생일 축하합니다." 후~신나서  촛불을 끄는 딸.

생일이라고 꼭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 같이 촛불 부는 시간만으로도 감격이고 꼭 분위기가 좋은 식당이 아니어도 하하 호호하며 충분히 맛있는 저녁을 먹었으니까.


서른다섯의 생일은 이렇게 소소하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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