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좋은 곳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생일이니까. 하지만 모든 상황은 여의치가 않았다.
일단 잘되던 냉장고가 갑자기 고장이 나버려 오전부터 수리기사님이 와서 봐주셨다. 콤프레셔를 교체해야 된다며 다음날 한번 더 방문해야 된다 하신다. 바로 고칠수 있을줄 알았는데 괜히 해결못한 일이라도 있는 양 개운치 않았지만 '겨울에 고장 나길 천만다행이다.' 나름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이번엔 병원으로 향했다.
딸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나도 꼭 옮는데 엊그제부터 머리가 지끈거리고 쉴 새 없이 콧물이 나와 약을 타서 먹었다. 약 기운 때문인지 하원한 아이를 데리고 케이크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오자 몸이 너무 나른하고 기운이 없어졌다
남편은 뭐 먹고 싶냐고 연신 연락을 했지만 기력도 없고 그냥 동네 고깃집 가서 고기나 먹자 했다.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안 자고 온 딸은 저녁이 되자 급격히 피곤해하며 나가서 밥 먹자 해도 자긴 추워서 싫다?며 집에서 먹겠다 고집을 부렸다. 집에서 먹으면 치워야 하는게 귀찮아 열심히 설득해 봤지만 통하지 않았다.
결국 집에서 배달로 해결했다. 생일이니까 나 먹고 싶은 거 먹을게 하며 시킨 참치회. 남편과 아이를 위한 치킨 그리고 케이크를 아이 그림 그리는 상에 올려두고 다 같이 노래를 불렀다.
엄마 생일이 아니라 본인 생일이라 우겨서 "사랑하는 윤이(엄마)의 생일 축하합니다." 후~신나서 촛불을 끄는 딸.
생일이라고 꼭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 같이 촛불 부는 시간만으로도 감격이고 꼭 분위기가 좋은 식당이 아니어도 하하 호호하며 충분히 맛있는 저녁을 먹었으니까.
서른다섯의 생일은 이렇게 소소하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