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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풍뎅이 Jan 08. 2020

나의 집안일

쉽지않은 '내려놓기'

아이를 데려다주고 아침부터 쓱싹쓱싹 화장실 청소를 했다. 


정리벽이 있는 나는 집이 어수선하면 못 견딘다. 또한 화장실에서 청소해야 될 때쯤 나는 물때 냄새도 못 견딘다. 내일은 유치원 오티가 있는 날이다. 아이와 같이 가기 때문에 어린이집은 빠져야 한다.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할 거라 오늘이 청소 날이구나 하고 열심히 바닥을 문지르고 타일을 닦았다. 세면대와 거울을 닦고 제일 고난도인 굴곡진 변기 옆부분을 닦으면서 역시 집안일 중에서 제일 하기 싫은 일이다 생각했다. 


뭐든지 내 손을 거쳐야 마음이 편해서(정말 피곤한 타입이다) 모든 집안일은 내가 하는데 화장실 청소 역시 그렇다. 쭈그리고 앉아 솔질을 꼼꼼히 해야 돼서 컨디션 안 좋은 날 청소하고 나면 관절 여기저기가 쑤신다. 

이번엔 윤이 아빠 보고해달라고 해야지 여러 번 다짐해도 모두들 나가고 혼자 남은 집에서 풍기는 그 물때 냄새를 못 참고 꼭 내가 하게 된다. 

고된 청소를 마치고 둘러본 화장실에선 미미하게 락스 냄새가 난다. 그리고 반짝거린다. 뿌듯하다.

이제 가볍게 허리 펴고 스트레칭 좀 하고 책도 읽고 글도 써봐야겠다. 


무려 3주 전에 빌린 책들의 반납일이 내일이다. 아이 방학이 중간에 껴있었어서 그런지 아직 한 권도 제대로 읽지 못했는데 서둘러 읽어야겠다. 청소할 시간에 차라리 책을 읽을 걸. 남편은 청소할 열정으로 딴 걸 했으면 크게 성공했을 거라고 장난 삼아 말했는데 진짜 그럴지도 모른다. 아플 때도 슬플 때도 항상 집안일은 나와 떨어지질 않으니.


집안일을 내려놓으면 몸이 편해진다고 한다. 동생도 아는 언니도 다들 그렇게 말한다. 내가 내려놔야 내 몸이 편하고 몸이 편하면 아이에게도 그만큼 관대해진다고. 

틀린 말이 아니다. 확실히 몸이 가뿐하고 좋으면 아이와의 놀이도 더 즐겁고 장난도 많이 치게 된다.


내려놓는다.

집안일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내려놓는다는 말은 자칫 포기의 의미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보단 나의 욕심을 잠시 낮은 칸에 두고 한 칸 위에서 유유히 시간을 갖고 지켜보자는 뜻이 아닐까.


올 해는 쉽지 않겠지만 내려놓는 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집안일도, 육아도, 여러 관계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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