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매주 월요일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주말 지낸 이야기를 한다.
3-4살 때 어린이집에서 선생님께 엄마 아빠랑 놀았어요. 할머니 댁에 빠방 타고 다녀왔어요. 하던 꼬마가 이젠 앞에 나가서 나름 마이크도 잡고 발표를 한다. 어른도 하기 부담인 것을 다섯 살 아이들이 저마다 지낸 시간에 대해 얘길 한다는 게 참 대견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다섯 살 하고도 서른 살 더 먹은 난 일전에 유치원에서 열명 남짓한 학부모들 앞에서 코로나로 집에서 아이와 생활하며 느낀 점을 말할 때 무척 떨렸었다. 고작 열명 정도인데도 그 눈들이 내게 몰린다 생각하니 긴장하며 횡설수설 앞뒤 안 맞게 얘기한 것 같아서 살짝 자책도 했다. 살면서 나서는 일이 많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어째 아이를 키울수록 그런 자리가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이렇게 난 똑 부러지고 언변 좋은 엄마가 아닌데 아이가 떼를 쓰거나 징징거리며 울기부터 할 땐 "울지 말고 또박또박 얘기해"라고 말한다. 왠지 뜨끔하다. 사실 아이에게 하는 대부분의 말이 내게 해당되는 말이 많다. "불평하지 말고 감사해야지. 원하는 걸 정확히 얘기해야지. 네가 말을 해야 엄마가 알지." 이런 것들. 아이가 있으면 이런 점이 좋다. 나의 부족한 부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어줘서.
어쨌든 주말 지낸 이야기를 한다니까 진짜 아무것도 안 할 때도 많아서 얘깃거리가 너무 없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데 아이는 양평을 놀러 갔다 와도, 차를 타고 멀리까지 드라이브를 갔다 와도,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달콤한 쥬스를 마셔도 이렇게 말한다.
- 유치원 가서 선생님이랑 친구들한테 주말에 뭐했다고 얘기했어?
- 엄마 아빠랑 놀이했다고 얘기했어.
딸의 가장 큰 즐거움은 그 행위 '자체'가 아닌 엄마 아빠와 함께한 '순간'이었나 보다. 양평에서 잔디썰매를 탈 적에 그렇게 즐거워했던 아이는 어느새 썰매는 잊고 엄마 아빠와 재미난 놀이를 했다고 여긴다.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자전거를 타고 킥보드를 타도 잠들기 전엔 항상 엄마와(혹은 아빠와) 놀이한 게 제일 재밌었어요. 라 한다. 놀이라고 한꺼번에 뭉뚱그려 얘기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주말을 지낼 때 특별한 체험도 좋고 놀러 가는 것도 좋지만 평범한 일상 속에서 아이와 내가 진심으로 즐거워할수 있게 방해요소는(손에 붙은 핸드폰과 자꾸 거슬리는 집안일) 조금 내려놓고 아이의 눈을 들여다봐야겠다. 같이 '놀이'하면서. 아이의 순간순간이 가족과 행복해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