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을 만났다

by 송해리

2024년이 나에게 무엇을 주었을까, 돌이켜보면

나의 의지와 어떤 외부적인 힘이 만나 하나하나

조금씩 천천히 또 빠르고 급격하게 변화하고 탈피해 온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마침표로 내가 마주한 '이슬'은

평생을 그리워해온 나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조금씩 그 아이를. 그 마음을

마주할 준비를 해온 '해리' 또한

너무나 애썼고 수고했던.

'이슬'은 나의 숨기고 싶은 보석이었다.

한마디로

이슬은 나의 그림자라고 여겼던

'빛'이었다.

강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만이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믿었기에

나는 약하디 약한 그 아이를 구석에 방치한 채

열심히 삶을 살아내었다.

앨범 속 사진엔 울상을 짓고 늘 삐죽거리고 있는 모습이 '부끄러웠고 숨기고 싶었다'고도 생각했다.

세상은 무서운 것, 두려운 것 투성이에

모든 것이 하나하나 다 눈에 밟히고 신경 쓰였던.

너무나 조각조각 느껴지는 다양한 감정들에

갈길을 잃었던,

사실은 모든 순간 마음 안에서

나는 그 아이를 늘 품고 싶었고 그리워했다.

작고 얇고 투명하게

여전히 심장이 뛰는 모습이

느껴질 때 종종 두려웠고 숨고 싶기도 했다.

인사를 크게 하라던 엄마의 꾸지람에

낯설고 두려워서 화가 나는,

조금은 천천히 기다리고 싶은 미세한 마음이.

받아들여지지 못해 아쉽고 서러운 그 마음이.

마냥 숨고 싶었다.

어느덧 성인이 된 나는

강해지고 단단해진 듯했지만

어느새 갈길을 잃은 듯

사방이 막힌 벽안에서 내달리다 지쳐있었다.

마침내 해리가 이슬을 만나 화해하고

품게 되기까지의 그 긴 시간들 동안

제자리에서 뛰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는 것 또한 크게 위안이 되는 사실이었다.

그 위안은 이슬이를 만났기에 가능한 위로였다.

이슬은 어딘가를 향해 간 먼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지금 내 마음 안에 이미

존재하는 진실된 나, 그 자체였기 때문에.

어떤 날

‘그리워했던 그는

나였을까,’라고 쓴 문장이 생각이 났다.

올 한 해

치유와 성장에의 배움과 확장을 거듭하면서

마침내 어렴풋이 떠올리던

물방울, 이슬을 만나게 되었다.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이슬로써 사랑받을 수 있는

세상을 기다리게 되었다.


-

이것만도 올 한 해,

나는 모든 것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2024년 1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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