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같은 장미는 없다
"우리는 당신의 피곤함을 지우는 게 아니라, 당신이 가진 에너지를 다시 끌어올려 줄 거예요. 오늘 당신은 뉴욕에서 가장 빛나는 의사가 될 겁니다."
K뷰티 전문가들의 뉴욕 정복기, 퍼펙트 글로우 9화. 신경외과 레지던트로 주 80시간을 일하느라 꾸밀 시간이 없는 빅토리아를 위해 어머니가 신청한 시간이었다. 피로에 잠식되어 있던 딸은 디즈니 공주처럼 발랄해졌다.
그저 '예뻐졌네'가 아니라 '이토록 생기 넘치는 사람이었구나' 감탄하며 매력을 재발견하게 되는 마법! 특히 샴페인골드 글리터는 퍼펙트한 팅커벨 가루였다. 전체적인 옐로톤과 은은히 어우러지면서 피곤해 보이던 눈이 반짝거리게 했다. 외면에 덧칠했다기보다 내면의 빛이 끌어올려진 느낌이었다.
나의 신부님도 '예쁘다'를 넘어 이런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
"어머 세상에 너 이렇게 청초한 여자였구나!"
"와! 정말 여왕처럼 우아해요!"
"오늘 어마어마하게 사랑스러워!"
원하는 느낌을 성공적으로 표현해서 듣고픈 감탄을 들으려면 그저 하얀 장미 부케, 연예인이 든 장미 부케를 골라서는 안 된다. 드레스가 옐로톤 메이크업이라면, 부케는 샴페인골드 글리터니까.
장미 부케를 제대로 주문하기 위해 플로리스트에게 알려줘야 할 것, 첫번째는 내가 원하는 느낌이다. 동글동글 요술공주 밍키 같은 귀여운 장미가 있고 베르사이유의 장미 같은 화려한 장미도 있다. 하얀 장미는 결코 다 같은 하얀 장미가 아니다. 하늘 아래 같은 립스틱이 없듯이. 세상에는 이토록 수많은 화이트가 있다.
<웜톤 화이트>
버터 : 잘 구워진 버터처럼 노란기가 강하고 포근한 색
크림 : 우유에 노란 방울을 떨어뜨린 듯 몽글몽글하고 따뜻한 색
바닐라 : 버터보다는 밝지만 아이스크림처럼 따스한 베이지빛
샴페인: 아주 연한 금빛이 감도는 화이트
<뉴트럴 화이트>
아이보리 : 상아색. 노란기가 살짝 빠져서 깨끗하면서도 편안한 색
오프 화이트 : 완전한 흰색에 아주 미세한 회색이나 베이지가 섞여 눈이 편안한 색
<쿨톤 화이트>
본(Bone) 화이트 : 아주 연한 회색빛이 감도는 차가운 흰색
밀크 : 푸른빛이 살짝 도는 맑고 뽀얀 흰색
스노우 화이트 : 푸른 기가 느껴질 정도로 티 없이 맑고 쨍한 흰색
스타크(Stark) 화이트 : 형광등처럼 푸른 광택이 도는 가장 차가운 흰색
같은 버터색이라도 그러데이션이 있는 장미가 있고, 화이트라도 그린이 살짝 섞인 장미가 있다. 같은 장미도 계절마다, 정확히는 매주 컬러가 다르다. 같은 날 산 한단 안에서도 또 조금씩 다르다. 그러니 결국은 원하는 톤과 느낌을 알려주면 플로리스트가 최대한 맞춰주려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내 드레스의 톤이다. 웜톤 드레스는 보통 미카도 실크드레스다. 두께감이 있고 모양이 확실하게 잡히는 소재다.
뉴트럴 또는 쿨톤 드레스는 대개 오간자 실크 드레스다. 하늘하늘 비치는 느낌이라면 대부분 해당된다.
플로리스트가 추천하는 화이트 피치 계열 장미는 다음과 같다.
웜톤, 사랑스러운 느낌 : 퓨어블론디, 엠마우드, 하젤
웜톤, 고급스러운 느낌 : 미스홀랜드, 몬디알, 라펄, 그레이스켈리
웜톤, 화려한 느낌 : 플라야 블랑카, 문스톤, 마를린먼로, 줄리엣
뉴트럴, 고급스러운 느낌 : 프라우드
쿨톤, 내추럴한 느낌 : 마르샤, 슈가돌
물론 웜톤드레스라고 꼭 웜톤의 장미를 고를 필요는 없다. 김연아도 옐로톤이 비치면서 크지 않은 퓨어블론디 장미를 들었다. 큰 장미보다 더 청순한 느낌을 살린 탁월한 선택이었다. 전체적인 조화와 느낌이 더 중요하다.
셋째, 한 가지 장미를 고집하기보다는 후보를 2~3가지 정도 정해두길 추천한다. 수입이 안 될 때도 있고 꽃시장에 나오지 않을수도 있다. 나왔어도 색상이나 퀄리티가 다를 수 있기도 하다. 같은 하젤 장미도 이렇게 완전히 다른 장미처럼 느껴질 수 있다.
꽃은 공산품이 아니고 생물이기에 내가 마음에 든 사진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은 게 어쩌면 당연하다. 내 마음에 든 장미에 변수가 어느 정도 있는지를 문의하고 다른 후보를 추천받자.
장미부케를 주문하는 신부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3가지, 첫 번째는 금액을 아끼지 말 것이다. 장미만큼 종류별로 금액이 천차만별인 꽃도 드물다. 같은 종류에서도 크기, 퀄리티에 따라 2~3배 차이가 난다. 방울토마토만 한 것부터 주먹만 한 것까지. 고급장미여야 장미 본연의 아름다움이 살아난다.
두 번째, 스프레이 장미는 본식보다는 웨딩촬영에 추천한다. 스프레이장미는 미니장미라고도하는데, 한 줄기에 여러 송이가 달린 장미다. 한 줄기에 한 송이가 달린 장미를 스탠다드장미라고 하다.
스프레이 장미는 가시를 제거하면 줄기에 긁힘이 남는다. 부케에 쓰려고 나누면 줄기 길이도 짧아지고 겉잎을 떼기도 어렵다. 여러 요인상 본식 부케를 만들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내추럴한 들꽃 느낌을 원한다면 스프레이장미보다는 다른 꽃을 고려해 보자.
마지막으로, 인터넷이나 SNS에 아무리 저렴한 가격으로 올라와있어도 이런 장미부케만은 피하자. 장미 잎사귀를 다 떼지 않고 그대로 부케에 쓴 경우와 장미 겉잎을 떼지 않고 부케를 만든 경우다. 플로리스트는 이런 장미부케를 보면 말 그대로 기겁한다. 껍데기 조각이 다닥다닥 박혀있는 달걀후라이나 눈썹을 그리지 않은 화장 같달까. 과연 부케를 배운 사람이 만들었을까 싶다.
부케에 그린을 넣으려면 부케용으로 쓰는 그린 소재를 넣어야 한다. 단정하거나 하늘거리는 느낌을 더하는 소재들이 있다. 장미 잎사귀는 꽃다발이나 꽃바구니에서는 몇 잎 넣을 수 있지만, 크고 어둡고 시든다. 장미 꽃잎도 마찬가지다. 본연의 빛깔이 보이도록 초록색이 남아있는 겉잎을 다 떼고 만드는 밑작업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화장은 그저 하얗게 하는 기술이 아니었다. 나에게 딱 맞는 색이 내면의 매력을 자석처럼 끌어당겨 발산되도록하는 자기발견이었다.
하얀 장미 부케도 그냥 대중적인 웨딩소품이 아니다. 가장 아름답고 싶은 날, 아름다움을 넘어 찬란하게 빛나게 하는 글리터 가루가 될 수 있다. 나만의 고유한 아우라와 스토리에 딱 맞는 단 하나뿐인 장미를 찾는다면. 그렇게 찾아낸 '온전한 나 자신'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그리고 내 평생에 간직될 퍼펙트 글로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