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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영주 Jul 14. 2022

공황이 찾아왔다

빛과 그림자 



공황이 찾아왔다. 

빛이 강해서 어둠이 있는지조차 몰랐다.

작은 점 하나를 발견했는데 그 점에서 무수히 쌓인

감정의 덩어리들이 폭발해서 나왔다.


나는 기쁨의 감정만 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슬픔, 외로움, 절망감, 수치심, 죄책감 이런 건 

나오지 못하게 가슴 한구석에 꾹꾹 담아 감춰뒀던 것이었다.


인생을 되돌아봤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15살, 인도 유학시절 심한 왕따를 당했었다.

나는 어렸고, 부모님은 내 옆에 없었고

극단적인 외로움 속에서 1년을 보냈다

울 공간이 없어서 매일 옷장에 숨어들어 

숨을 못 쉴 정도로 울었다.

길을 걷다가 아픈 심장을 부여잡고  쭈구려 앉아 심호흡을 하곤 했다.

극심한 외로움을 음식으로 채웠다

내 한계의 끝까지 음식을 먹었다. 위가 터져라 음식을 넣으면

무언가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내 음식에 지우개 가루를 넣었다. 

내 책상 위엔 욕이 쓰여 있었다.

집에 가고 싶어 매일 학교 리셉션에서 떨어지는 시뮬레이션을 했다.

죽고 싶진 않고 죽음 직전까지만 가서 내 힘듦을 알리고 싶었다


성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어리고 아무 힘이 없지만

힘이 있는 사람이 되어서, 복수해야지

성공해서 내가 잘 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최고의 복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최선을 다해 무언가를 했다. 

어떤 동력을 가진 지도 잊은 채 그냥 그것이 습관이 되어

스스로에게 쉼을 허락하지 않고 채찍질을 하며 달리고 또 달렸다


나를 사랑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불안감에 무언가를 계속했던 것이었다

어딘가에 갇혔고, 탈출 하기위해 달렸던 것이었다


모든 것을 걷어내고 보니

나는 무척이나 여리고 연약한, 

쉽게 상처받고 외로움을 잘 느끼고 불안함을 느끼는 

그런 사람이었다.


보호가 필요한 3살 어린이가 되어 울부짖었다

나는 보호가 필요해요... 나를 지켜주세요.. 살려주세요

나는 연약합니다. 그냥 내 말을 좀 들어주세요.


깊은 수치심에 부들부들 떨며 엎드린 나의 모습이라니..

이게 나였다. 진짜 나. 


15살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구나

치유하고 성장하지 못했구나


서른 살 영주가 옷장 속에서 울고 있는 열다섯의 영주를 

꺼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눈물을 닦아주고 안아줬다.

언제가 마지막인지도 모르는 오열을 토해냈다


하고 있는 일을 모두 스톱했다.

일이라기보단 학대에 가까웠던 많은 일들을

모두 스톱했다.

내가 나를 지켜내야 할 시기, 나는 쉬어야 해.


쉬고 있다. 나는 힘이 없다. 

울고 싶음 울고, 먹고 싶으면 먹고, 드라마를 보고,

엄마 아빠 정주 재훈이 우리 가족들의 케어를 받는다

'엄마 나 등 쓰다듬어줘 , 아빠 나 빵 사다 줘, 정주야 나 이거 해줘

나를 3살짜리 아가로 봐주고 케어해줘'


나는 지금 보호가 필요하다

사랑이 필요하고

기도가 필요하다

챙겨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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