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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영주 Aug 07. 2022

고난은 축복의 통로

약할 때 강함 되시네


공황을 느낀 지 한 달 차.

한 달 동안 지옥 같았냐고?

그렇지 않았다. 


확실히 몸이 한번 쇼크를 받으니

많이 약해지고 가끔 심장이 잘근잘근 조이는 느낌이

찾아오긴 했지만 

(몸에 상처가 나면 물집이 잡히고 회복되는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전체적으로 보면 좋았다.


먼저, 크리스천으로서 

'약할 때 강함 되시네'라는 귀에 박히듯 들었던 찬양의 

그 의미를 정확히 몸소 경험했다.


내 몸과 자아가 힘을 잃고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는데

그때부터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강하게 일어났다.

그동안 꽉 꽉 채운 일들과 스케줄로 내 삶에

누군가가 들어올 틈도, 하나님이 쓸 시간이 전혀 없었다.

내가 놓기 시작하자, 그가 일하시기 시작했다.


먼저, 나에게 고통을 줬던 사람들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모두 용서하고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예수님이 십자가 못 박혔을 때 느꼈을 감정을 느꼈다.

사랑한다는 게 이렇게 아플 수 있는 거구나. 


미워하고 증오하고 싶은데

그것에 실패했다. 


화해의 역사가 일어났다.

깨졌던 관계들 모두에게 먼저 연락을 해

손을 내밀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당신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습니다.

당신을 용서합니다.

고맙습니다. 


고린도후서 5장을 살펴보면 크리스천은

'화해의 직책'을 가지고 있다.

나의 약함을 통해,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나고 '새로 태어남', 

즉 새로운 피조물이 되어감을 을 느낄 수 있었다.  


"17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

18모든 것이 하나님께로 났나니 저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를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고 또 우리에게 화목하게 하는 직책을 주셨으니

19 이는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 계시사 세상을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며 저희의 죄를 저희에게 돌리지 아니하시고 화목하게 하는 말씀을 우리에게 부탁하셨느니라" 고린도후서 5장 17-19절


두 번째로는 내가 얼마나 많은 지원군들과 함께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아픔을 고백했을 때, 달려와 귀중한 시간을 내어주고 위로를 건네었던 이들을 통해

안도함을 느꼈다. 

왕따를 당했던 인도 유학시절, 안무 선생님께 괴롭힘을 당했던 연습생 시절

나는 약자 중 약자였고 어렸기에 든든한 지원군들이 가족 외엔 없었다. 

이제는 나를 도와줄 사람으로 가득했다. 


나는 어쩌면, 나를 도와주고 지켜줄 많은 것들이 생긴 이때가 되어서야 본능적으로 안도감을 느끼고

꽉 쥐고 있던 모든 어둠을 드러낼 수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세 번째로는 쉴 수 있고 기댈 수 있음에 좋았다.

K장녀로서의 책임감, 경쟁사회에서 앞서가야 한다는 강박감, 무언가 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불안감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편히 쉴 수 있었다.

또 부모님께, 여동생한테, 남동생한테, 친구들한테 기대었다.

서로 기댄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인간적이었다. 많은 사랑을 느꼈다.


'공황'은 

내 삶을 재정비하게 하고

피해왔던 모든 것들을 '직면'하게 하고

나를 성숙으로 이끄는 

하나의 계기이자 사건이었다.


앞에 말했듯

아직 몸에는 상처가 남아있어

완전히 회복되진 못했다.


하지만 마음만은 하루하루 성장 중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1년에 10cm 자라나는 아이였다. 

(다른 이들보다 빨리 자라 초등학교 6학년 때 168cm를 완성시킨 나) 

성장통이 얼마나 심하던지.. 허리가 끊어지는 고통을 느끼며 1년에 10cm씩 자랐다.

내겐 성장통 없는 성장이 없었다. 

도약은, 아픈 법이다. 


고난은 축복의 통로이다.

내 삶의 모든 고난은

나를 성장으로 이끌었다.

나의 빛은, 어둠으로부터 탄생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내가 미워했던 선생님을 통해, 좋은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보호하고 양육해야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인도 유학시절, 성공에 대한 열망을 갖게 되었다. 

어둠이 빛을 꿈꾸게 한 것이었다.


나를 성장시킨 것은, 어둠이었다.


깊은 어둠의 끝, 공황.

이 하나의 사건은 또 나를 어디로 인도해줄까. 

어떤 도약을 만들어낼까.

기대가 된다. 


#고난은 축복의 통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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