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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듀로잉 Jul 21. 2019

쉽다고 다 쉬운 게 아니더라

아홉 번째 이야기 : 엔조이스킨


스킨답서스 혹은 에피프레넘

대표적인 공기정화식물이자 많은 집에서 기르는 화초의 대명사 중 하나인 식물이다.

사실 에피프레넘이라는 이름은 나에게 생소한데, 두 식물이 워낙 유사하여, 학계에서는 아직 다른 식물인지 같은 식물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한다.

많은 집에서 기르는, 대표적으로 '쉽게' 키울 수 있는 식물로 유명한 스킨답서스인데, 우리 집에 들어온 스킨답서스는 어째서인지 나에게 쉽지가 않았다.



이 친구의 이름은 엔조이스킨.

합정동 허밍그린에서 아주 예쁘게 자라고 있는 모습에 반해 데려왔다.

잎의 흰색 무늬가 물감 번지듯 번져있는 모습이 참 예쁜 무늬종이지만 이 역시 스킨답서스의 재배종이므로 스킨만큼 쉽게 키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처음 몇 달간은 허밍에서 있던 모습 그대로 어여쁘게 잘 자라주었는데 그 어여쁨이 멈춰버린 것은 너무 빽빽하게 자라 버린 엔조이스킨을 분갈이 해준 이후였다.


기존 슬릿분에서 엔조이 스킨을 꺼내 흙을 털고 보니 목대가 있는 식물이 아니라서 여러 줄기가 뿌리와 함께 복잡하게 뒤엉켜 있었고, 그것들을 분리하던 와중에 뿌리가 조금 다친 게 아닌가 싶다.


원래 심겨있던 슬릿분에 한 뭉치, 비어있던 토분에 한 뭉치 심고도 3가닥이 남아서 조그만 토분에 모아 심었다. 작았지만 잎 하나하나가 다 예뻐서 버릴 수가 없었다.

이 분갈이 이후부터 엔조이스킨 3개의 화분은 몸살을 앓고 하엽이 지기 시작했으며 잘 자라지 못했다.


지금은 건강해진 가장 조그만 화분


그냥 놔두기만 해도 잘 자란다는 스킨답서스의 명성과는 달리,  세 개로 노나진 우리 집 엔조이스킨은 자리잡기까지 꽤 시간이 많이 걸렸다. 건강해지는데도, 예쁘게 자라는데에도.

큰 화분 2개는 그래도 금세 회복을 하고 자리를 잡은 반면, 세 번째 조그만 화분은 계속 비실비실거렸다.

몇 가닥 없는 이파리는 하나씩 계속 노랗게 하엽졌고, 새로 난 어린잎은 봄맞이 병충해에 괴롭힘도 당했다.

봄과 여름을 지나오는 동안 친환경 약에다 좀 더 센 농약 샤워도 하면서 마침내 건강한 모습을 조금씩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렇게 어렵사리 죽음의 고비를(?) 지나고 다시 건강해진 모습을 보여주는 식물들을 볼 때면 정말 눈물겹다.

살짝 마음속으로 포기를 할까 말까 했었던 지난 시간을 생각하면, 지금 건강한 모습이 참 거짓말 같게 느껴지기도 하다.

남들에게 다 쉽다고, 그냥 냅둬도 잘 자란다고 말하고는 했던 식물들이 스킨답서스 포함 몇 가지 있었는데, 이번 일을 겪고 나니 누구에게도 쉽게 키울 수 있는 식물이 있다고 말할 자신이 없어졌다.

어떤 식물이든 생명에게는 그에 맞는 적절한 관심이 필요한 것 같다.




에피프레넘 피너툼 엔조이

Epipremnum Pinnatum "N'Joy"

유통명: 엔조이스킨

영어명: Pothos N'Joy, Golden pothos, Devil's Ivy, etc

- 음지에서도 곧잘 자라지만 예쁜 수형과, 무늬가 있는 종은 예쁜 잎을 위해 적당히 밝은 곳이 좋음

- 화분의 겉흙이 마르면 흙이 잘 젖도록 흠뻑

- 여느 관엽식물처럼, 공중 습도를 위해 물 스프레이를 자주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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