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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듀로잉 Apr 03. 2019

같이 살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 호야

식물이 유행이라 그런 건지, 어느 순간부터 식물이 유난히 좋아졌다. 

베란다가 있는 새집으로 이사하고 나서, 최근 1~2년 들어 화분을 많이 키우기 시작했다.

계속 계속 들이고 싶은 새로운 식물이 생긴다.

새로운 친구가 계속 생길 때까지는 그림 소재가 떨어질 걱정은 없다.

그래서 그런 단순한 마음으로 우리 집 식물들을 그려보기로 했다. 

나와 살고 있는 식물들에 대해 공부도 할 겸 :)

 

나의 식물 동거 시작은,

시간을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 대학교 학과 전공실 스튜디오에서부터다.

삭막한 스튜디오 환경을 조금이나마 상쾌하게 만들기 위해서.

대학생 때부터 키웠던 화분,

지금은 겨우 한 줄기 살아남은, 

호야다.




호야. 학명은 Hoya Carnosa, 영명은 Wax plant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호야'라고 부른다.

학명의 Carnosa는 라틴어로 '살찐, 비만의'라는 뜻을 가졌다고 하는데,

도톰한 다육질의 이파리 때문인가 싶다. 

Wax plant라는 이름도 역시 반딱거리는 잎에서 유래한 것일 테니,

과연 관엽식물(잎을 주로 감상하는 식물) 답다.


밝은 빛을 좋아하니, 창가에 두는 것이 좋고, 습한 환경을 좋아하니 분무기로 스프레이를 해주면 좋다.

최저 13도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는 곳, 21~25도 사이의 기온을 좋아한다.

물 주기는 화분의 흙이 충분히 말랐을 때, 바닥 구멍으로 물이 흐르도록 충분히 주도록 한다.




호야 님, 샤워하셨습니다.



본격적으로 식물을 키우기 전까지는 그냥 살면 키우고 죽으면 어쩔 수 없지- 하는 마음으로 

식물을 바라본 것 같다.


집에 식물들이 늘어나면서,

어느 날인가 갑자기, 그때까지는 무관심했던 호야에 시선이 갔다.

대학 자취방에서부터 3번의 이사와 엄청난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혼자 살아남은 호야.

(혼자 살아남았다고 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미안하고 또 미안한 마음으로 여지껏 쌓인 잎 표면의 두터운 먼지를 닦아주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만 하고, 

호야는 마치 미라처럼 그 모습 그대로 새 잎도 내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만 한 채로 살아만 있었는데

오래도록 고였던 물을 버리고, 병을 닦고, 샤워를 시키고, 다시 새로운 물에 꽂아두니

며칠 뒤, 하얗고 가느다란 새 뿌리를 내었다.


나에게 살아있음을 증명한 호야.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그려보았다.


혼자 살아 남아 주어 고마워 호야.

오래 같이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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