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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듀로잉 Apr 09. 2019

페페에 대하여

두 번째 이야기 : 페페로미아

처음 페페를 알았던 것 역시 학교 과방에서였다.(첫 번째 이야기 참고)

내가 호야를 샀을 때 친구는 페페를 샀다.

그것은 아마도 청페페(Peperomia obtusifolia)였던 모양이다.

그때만 하더라도 식물의 유통명만 알았고 페페는 청페페가 유일한 페페인 줄 알았다.

그래서 페페라는 식물은 잎이 둥글고 넓적하고 다육질인 데다 반딱반딱 한 줄로만 알았다가,

회사에서 만난 다른 종류의 페페 덕분에 이 세상에 어마 무시하게 많은 페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거의 1000종이 넘는다고 한다. 오우...)


다시 만난 페페는 기존에 알았던 페페보다 잎도 작고 표면의 광택도 없어서 다른 식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청페페와 마찬가지로, 후추과 페페로미아 속의 홀리페페라는 식물이었다.

청페페와 홀리페페가 같은 가족이라니, 참 다르게 생겼는데 생물분류 체계 법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페페 역시 누군가로부터 관리를 전혀 받지 않은 상태에서도 그 삭막한 사무실에서 혼자 쑥쑥 자랐다.

해가 갈수록 화분이 점점 좁아지고, 화분이 놓여있던 책장 아래 바닥까지 닿도록 줄기가 길게 자라서 분갈이가 필요해 보였다.

빈 화분에 새 흙을 담아 기존 하나의 화분에서 두 화분으로 나누어 심고,

너무나 길어진 줄기들은 잘라내어 몇 가닥은 물꽂이로, 나머지 줄기들은 또 다른 화분에 줄기째로 흙에다 심었다.

하나의 화분에서 3개의 화분 + 몇 개의 물꽂이가 생긴 것이다.

처음에는 살아나려나 걱정을 했는데 걱정도 무색하게 흙에 꽂은 페페도 물에 꽂은 페페도 뿌리를 내려 쌩쌩하게 자라났다.

위 그림은 바로 그 물꽂이 했던 페페를 그린 것이다

.




페페, 정확히는 페페로미아. 페페라고 더 많이 불린다.

학명은 Peperomia Angulata, 영명은 Peperomia Beetle이다.

학명의 Angulata는 라틴어로 '모난, 각이 있는'라는 뜻을 가졌는데,

동그란 다른 페페의 잎과는 달리 뾰족한 잎을 가져서 그런 걸까?

라틴어로 된 학명은 그 식물의 특성을 아주 잘 표현해주기에, 해석해보면 재미난 경우가 많다.

영명의 'Beetle'은 페페로미아와 무슨 상관일까 하고 사전을 찾아보니 '휑-하니 가다'라는 뜻이 있다.

음 무늬의 느낌을 이야기하는 걸까?


이 홀리 페페로미아는 브라질 원산이다. = 따뜻하고 습한 환경을 좋아한다.

열대지역의 착생식물(다른 식물 줄기에 붙어 자라는)이다. =  바람이 잘 통하는 밝은 그늘을 좋아할 것이다.

최저 10도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는 곳, 18~25도 사이의 기온을 가진 곳이 좋고,

습한 환경을 좋아하니 분무기로 스프레이를 해주면 좋다.

잎이 두꺼운 다육식물이니 잎에 충분한 수분이 있기에 물 주기는 화분의 흙이 충분히 말랐을 때 주어야 하고,

건조함보다는 과습으로 인한 무름을 더 조심해야 한다.




하나에서 세 개의 화분으로 분신술(?) 성공


최근 들어 페페가 인기가 좋다.

나빠진 대기질 때문에, 미세먼지 때문에, 공기정화식물들이 유행하고 있는데, 페페로미아도 그중 하나다.

특히나 밤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공기를 내뿜기에 침실에 두면 좋다고 하는데, 실제로 효과를 보려거든 아주아주 많은 식물을 방에 꽉꽉 채워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꽉꽉 차면 통풍이 안돼서 못살겠지)


실제로 이 식물들이 얼마나 공기를 정화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빛과 물만 있으면 꾸준히 자라나고, 크게 변화는 없을지언정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주는 것 덕분에

심리적으로 편안해지는 것에는 확실히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느리지만 오래도록 같이 살아갈 친구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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