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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거북 Oct 17. 2015

빈 미술관

in Wien

* 20150906



숙소가 정해졌으니 이동을 했다. 어디 갈까 하다가 에곤 실레는 어차피 볼 것이었으니까 실레 작품이 모여있는 레오폴트 미술관에 갔다. http://www.leopoldmuseum.org/

이것들을 모은 레오폴트라는 사람의 재력과 선구안이 경이로운 곳이었다. 실레의 다양한 작품 뿐 아니라 자신이 찍어놓은 당시 빈의 화가들 작품을 상당량 갖춰놓고 있었다. 수집을 하려면 이정도는 해야 한다. 나는 너무 소박하고 컨셉없는 음반 수집가일 뿐인듯.


실레 그림들은 몇개 빼고는 죄다 너무 쓸쓸하다.


Richard Gerstl, Semi-Nude Self-Portrait, 1904/05 © Leopold Museum

실레나 클림트는 나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그들 외에 눈에 들어왔던 화가는 리하르트 게스틀이었다. 고작 25년 살다 죽어버린 이 청년의 붓터치는 사람을 붙잡는 힘이 있었다. 광기만큼은 에곤 실레 못지 않은 느낌. 


Alfred Kubin, Various representation of Death

알프레드 쿠빈. 오스트리아의 고야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어두운 양반 되시겠다. 어두운 그림에 끌리는 나도 어두운건가... -_-


여기까진 어제.




아침에 킹 크림슨 공연을 예매하는데 자꾸 가입도 안되고 신용카드 결제도 안되고 여러가지로 애먹었다. 어쨌거나 한참 삽질해서 성공. 다음번에 장기여행 한다면 내 기필코 해외 신용카드 하나 만들고 만다. 정말 한국 금융기관은 미친거 같다. 오늘 저녁에도 뭔가 재즈 공연만 있던데 갈지 안갈지 모르겠다. 어제 하나 봐서 흥미가 떨어졌다.


어제 실레를 봤으니 오늘은 클림트를 봐야지. 그런데 또 헤맨다. 제대로 조사를 안하면 꼭 이모양이다. 벨베데레라는 이 궁전은 궁도 이쁘고 수집품도 꽤 괜찮은거 같다. https://www.belvedere.at


넓고 큽니다.


여길 보고 국립미술관은 안가기로 했다. 가봐야 흔한 루벤스만 잔뜩 있을거 같다. 여튼 클림트는 의외로 기본에도 매우 충실했던 사람 같다. 특유의 스타일로 들어가기 전에 그렸던 풍경화나 인물화들을 보면 상당히 정교하게 잘 그린 그림들이다. 그러다가 자기 스타일을 찾아서 금칠하고 조각조각을 모으는 화려한 자기 화풍을 만드는 것이겠지. 여기엔 실레도 괜찮은 것들이 꽤 있다. 레오폴드에 실레 주고 클림트 가져오면 되겠구만 ㅋㅋ 


레오폴트에 있던 클림트 그림


클림트는 실내 공간 디자인도 좀 했던거 같은데 그걸 살펴보기에 작품이 충분치 않아서 아쉬웠다. 보니까 당대에 클림트랑 경쟁했던 화가도 있던데 그는 이 미술관에나 남아있지 세간에는 완전히 잊혀진듯.

여긴 사진을 못찍게 한다. 이런 장난스러운 현대미술 작품도 있었고 얘는 복도에 걸려있어서 한방.




간김에 훈데르트바서를 마저 보러갔다. http://www.kunsthauswien.com/

빈에서 가장 유명한 세 색조화가(내 맘대로 정했다 ㅎ) 중 가장 젊은이인 그는 자기 스타일을 꽤 일찍 찾은 것 같다. 대다수의 작품들이 구불구불 알록달록이다. 훈데르트바서의 훌륭한 점은 순수미술에서 끝나지 않고 응용미술까지도 손댔다는 거다. 그는 우표디자인, 건축, 포스터 등 다양한 디자인을 해왔다. 클림트도 포스터 디자인을 한 것들이 있지만 훈데르트바서처럼 지속적으로 하진 않았다. 


훈데르트바서의 동네 디자인. 그의 미술보다 이런 실용성이 나는 좋다.


게다가 그는 건축을 하면서 나같은 문외한이 봐도 자연친화적으로 보이는 구상들을 해놨다. 이 미술관 건물도 그의 작품이다. 그래서 훈의 작품들은 더욱 친근해진 느낌도 있다. 서울에 훈같은 디자이너가 한명 있으며 좋겠다. (오세훈이 있었지만 그런 훈은 사양하고 싶다... -_-) 훈같은 사람이 동네 하나쯤 잘 닦아놓으면 가우디의 바르셀로나같은 느낌을 줄 수 있을것 아닌가.


이게 브로크하우스 백과사전의 표지 디자인이다. 쪼로록 세워두면 얼마나 멋지겠는가.


내 선호도는 이렇다.

* 내용의 공감 : 실레 > 클림트 = 훈

* 작품의 완성도 : 클 > 실 = 훈

* 만족감 : 훈 > 실 > 클


훈데르트바서의 평생에 걸친 여러가지 실험은 꽤 감동적이었다. 작품이 아주 훌륭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의 태도가 마음에 든다. 셋중 가장 천재는 두말할 것 없이 실레다. 서른 전에 죽었는데도 그정도로 뿜어낸 것은 경이롭다. 에너지로 말하면 고흐와 비슷한 수준. 역시 또라이들이 에너지는 넘친다.


훈데르트바서 하우스에는 사람들이 살고있다.


그러니까 세기말의 빈은 음악으로 치면 60년대 후반의 캔터베리 혹은 80년대의 맨체스터 같은 곳인거다. 이유야 여러가지 있겠지만 하필 그 시기 그 지역에서 시대를 선도하는 예술가가 무더기로 쏟아져나온다. 그런 시기와 장소가 있는것 같다. 파리에서 인상파가 추상으로 넘어가버린 시점에 빈에서는 파리에서 이어지지 않던 인상파의 진화가 클림트-실레-훈데르트바서로 이어졌던거 아닌가 싶다. 당시 오스트리아는 그리 잘나가는 나라도 아니었지만 이전시기의 아우라가 계속 남아있었나보다.




아침에 공연정보 찾다가 오늘 음반 벼룩시장이 있다는 것을 알고 한번 가봤다. 별게 없었고 당연히 가격도 좋지 않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자국 음반이나 독일어 음반들보다 허접한 영미권 음반이 훨씬 많았다는 것이다. 대세가 영미인 것은 알겠지만 참으로 아쉬운 일이며 이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레어템은 거의 없었다. 그래도 평소에 찾던 판 하나를 집어온 것으로 만족하자. 이건 잃어버리지 않겠다... -_-


대중음악은 확실히 영미가 대새였던거 같다. 어디에서나 영미의 냄새가 났다.




지하철역 아래에 마련되어있던 바에서 벼룩시장이...


알폰소 무하 풍의 포스터. 빈 답다고 할까.


지금은 집에가는 길에 칵테일 바에 들러 칵테일 하나 마시면서 이걸 적고있다..칵테일 한잔으로도 금방 알딸딸해지는 나는 효율적인건지 뭔지. 재즈 공연 하나 찾아놨지만 어제 하나 봤으므로 흥이 안난다. 밥이나 챙겨먹고 숙소가서 계획 짜야겠다.


맛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Z4gpR579Ys

이 음반의 LP를 구했다. 이런걸 빈에서 만날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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