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하고 싶은 거 하고 사니까 행복해?"
자주 받는 질문이다. 마냥 행복한 삶이라는 게 있을까? 나는 한국에서보다 더 고군분투하며 살고 있다. 인생은 불공평하지만 행복에 도달하는 게 어렵다는 점에서만큼은 공평하다고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안정적인 삶을 접은 내가 어찌 편히 살겠나. 힘들다. 하지만 내 선택이 옳은 것이 되도록 하는 방법은 현재를 제대로 사는 것뿐이다. 그래서 나는 더 간절하게 현재를 즐긴다. 애써서 즐긴다. 동분서주 유럽을 누비는 내 삶이 마냥 좋아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그건 이 삶의 고됨을 상쇄시키기 위한 엄청난 노력이다.
행복하냐고? 행복이 뭔데? 그게 '즐겁고 기쁜 마음'이라면 회사 다니면서 돈 걱정 없이 인싸로 살 때가 제일 행복했다. 타지에서 고독 씹으며 가난한 유학생으로 사는 건 정말 상상 이상으로 힘든 일이다. 그래도 난 결국 후자를 고를 사람이다. 힘들어도 매일 뭔가를 배우고 있다는 생생한 느낌이 있고 잘 해내고 싶은 일이 있으니까. 결국 행복하다고도, 그렇다고 뭐 엄청 불행하다고도 할 수 없이 내 선택에 책임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다.
영화 <우리들의 20세기>에서 아들이 엄마에게 행복하냐고 묻는 장면이 있다. 엄마는 '그런 건 물을수록 불행해지는 거'라고 답한다. 그렇다. 행복이란 것은 물으면 물을수록 공허하기만 한 신기루 같은 무언가다. 전에 France Culture에서 다양한 문화예술인들에게 행복하냐고 물은 인터뷰 영상을 본 적이 있다. Edith Piaf는 우리는 거의 행복하지 않으며 자신은 노래할 때가 아니면 하루에 십 분 행복할까 말까라고 한다.
옛말에 왕은 잘해도 못해도 욕을 먹는데, 통치자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상태일 때 그게 비로소 성군이랬다. 행복도 어쩜 그런 게 아닐까? 행복이니 불행이니 하는 말에 연연하지 않는 상태 말이다. 그래서 나는 소위 말하는 '힐링'이 따로 없는, 일상 같은 여행, 여행 같은 일상을 살려한다. 왜 한국 사회에 힐링이 그리 간절할 수밖에 없는지 이해하지만 적어도 내 인생은 그 개념에 상응하지 않길 바랐다. 일상이 치료가 필요한 불행의 구렁텅이여선 안 된다. 일상을 벗어난 무언가가 힐링이라면 힐링이 좋을수록 일상은 소외되는 법이다. 일상이 고달프고 싫을수록 힐링을 갈구하게 된다. 그냥 때로 힘들고 그러다 간간히 기쁘고 그런 굴곡 자체를 인생의 맛으로 보는 삶, 그게 여행같은 삶이자 행복에 가까워지는 길이 아닐까.
https://www.youtube.com/watch?v=dy_Y-v37zu4&ab_channel=France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