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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zembro Nov 12. 2023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문학의 태도

나는 문학도 좋아하지만 그보다는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에 더 흥미가 있는 사람이다. 인간의 기쁨과 슬픔, 윤리와 도덕보다는 문명의 질풍노도 속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에 주목한다. 인간과 사물 간에 존재론적 차이가 없는, 그래서 나를 겸허하게 만드는 물리적 세계를 찬탄한다. 


유물론적으로 인간과 비인간의 비위계적 관계를 탐구하는 입장에서, 철저히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특히 슬픔이라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글은 내게 새삼 오랜만이었다. 그래, 문학의 본성이란 이런 거였지, 생각했다. 문학에는 문학만의 역할이 있다. 그것은 이 세계에서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과는 또 다른 영역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내 머릿속에선 비인간을 격상시키는 유물론적 사고와 오직 인간을 파고드는 문학의 영역이 흥미롭게 조화를 이뤘다. 죽음이 삶을 더 빛나게 하듯 자비 없는 거대한 우주에 대한 겸허한 인식은 인간의 삶, 즉 문학의 영역에도 필연 맞닿게 되는 것이다. 


'세상에는, 언제나, 고통이 많은 길을 택하는 이상한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 사람들을 믿으면서 살아간다.'라는 문장이 특히 내게 남았다. 그 대단한 사람들만큼은 아니지만, 진리라 믿은 것들 혹은 스스로의 양심을 위해 가시밭길을 택한 어린 나의 선택들에 대해 위로받았다. 그리고 문학이, 문학하는 사람들의 그런 믿음으로 계속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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