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가 사라진 이유

혐오가 짙으면 눈앞에서 사라진다

by Hanna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 1층에는 '특수반'이 있었다. 발달장애학생들을 위해 별도로 수업하던 공간이었는데 모든 학생들이 이곳을 드나드는 일은 자연스러웠다.


무민을 닮았던 '산하'는 특수반이었다. 오전에만 2학년 3반에서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특수반에서 수업을 들었다. 주별로 2명씩 '산하 도우미'가 배정됐다. 사실 2학년이 할 줄 아는 게 많아 봤자 얼마나 많았을까. 도우미라 해봤자 그저 산하가 필요한 것들 보조해 주는 게 다였겠지만, 산하 도우미로 활동하는 일주일만큼은 등굣길 마음가짐부터가 사뭇 달랐다.


그때 우리 눈에 산하는 정말 아기 같았다. 수업 중에 화장실 데려다 줄 때도 혹여나 계단에서 넘어질까 한 명은 옆에서 손을 꼭 잡고 한 명은 앞에서 산하의 속도를 조절해 줬다.


그러던 어떤 날은 산하가 유독 코를 많이 파는 바람에 결국 코피를 쏟았다. 코 파면 안 된다고 중간중간 주의를 줬지만 산하보다 힘이 약했던 나는 쉽게 저지할 수 없었고, 또 자신의 행동을 막는 내 손길이 거슬리면 큰 소리로 짜증을 냈다. 산하가 큰 소리를 내서 수업에 방해를 끼치는 게 마치 내 잘못인 것 같아서 그저 하고 싶은 대로 하게끔 둔 게 화근이었다. 끝끝내 피를 보고서 울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같이 화장실로 향했다. 코피가 손에 묻는 게 많이 불편했는지 화장실 가는 길에 평소답지 않게 자꾸만 짜증을 냈다. 이날 처음으로 나도 산하에게 화냈던 것 같은데 할 수 있는 거라곤 세면대에서 평소보다 손을 벅벅 씻기는 게 전부였다. 요절지충 야단법석 한 학기에 두어 번 찾아오는 산하와의 한 주가 우리는 모두 제법 익숙했다.


그런데 희한하게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특수반은 보이지 않았다. 찾아보니 고등학교 이하 학교에 설치되는 학급이라곤 하던데 생각보다 발달장애 친구와 함께 학교 생활을 해본 친구가 없다는 사실을 대학에 와서 동기들과 대화하는 중에 깨달았다.


도움이 필요한 친구를 자연스럽게 도울 수 있었던 환경은 결국 사라졌다. 혐오가 짙으면 눈앞에서 사라진다. 산하를 돕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 도와야 하는 이유를 모르는 사람, 심지어 산하의 존재 자체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모르니까 보지 않았고, 바라보지 않으니 사라졌다. 어떤 일에는 관심 갖지 않는 자체만으로도 혐오가 된다.


내 옆에 있던 게 당연했던 산하는 지금 어디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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