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나만이 나를 구한다

생존형 작가로 살아가는 나날들

by 현이소

평소와 같은 하루인데도 유독 혼자 버틴다는 사실이 힘들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아무리 성과 없는 현실을 견디는 것에 무던해진 사람이라도 계속 혼자 버티다간 무너질 것만 같이 버거운 순간이 때때로 삶에 찾아오고는 한다.


나에게는 그런 날이 꽤 자주 있었다. 마음처럼 글이 매끄럽게 써지지 않던 날. 투고에서 떨어지고 기껏 써둔 십만 자의 원고 파일을 결국 휴지통으로 옮겨야 했던 날. 나와 비슷한 시기에 일을 시작했지만 출간작들이 꾸준히 높은 성적을 얻어 나보다 훌쩍 앞서나가게 된 다른 작가들과 나의 초라한 현실을 비교하며 먼지처럼 작아지던 날.


나열한 순간들 외에도, 나 자신이 꼭 우주를 부유하는 한 톨의 먼지보다도 못한 존재처럼 하찮게 느껴지던 순간들이 무수히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지친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의지처를 본능적으로 찾고 갈망하게 되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냉정하게 몰아치는 현실을 혼자서는 도저히 더 감당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처음 작가가 되기로 당차게 결심했을 때와는 달리, 어째 점점 더 나약한 마음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삶이 뜻처럼 풀리지 않는단 이유로 지쳐서 마음을 누군가에게 기대려는 것이 좋고, 나쁘다의 문제를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는 당연하게 생각했었다. 누구의 강요도 아닌 내가 좋아서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까. 그 과정에서 따라오는 어려움도 내가 온전히 다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했기에, 삶이 힘들다고 남한테 쉽게 마음을 기대는 것조차 되도록 자제해야 할 일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


하지만 끝이 안 보이는 절망 속에선 아무리 독하게 다잡은 마음이라도 종종 쉽게 물러지기 일쑤였다. 반복된 노력과 도전에도 수년째 제자리만 겉도는 현실은 내 안에 약하게 타오르던 의욕의 불씨마저 완전히 꺼트리려는 것 같았다. 나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은 이미 승자가 정해진 게임인가 싶었고, 그 안에서 남보다 한참 못한 내가 온갖 수를 총동원해도 이길 수 있는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만 같았다.


나도 한때는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것이 괴로워 주변에 마음을 의지해 현실을 버텨보려던 때가 있었다. 주로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이 나의 의지처가 되었다. 하지만 그 순간 일시적인 위로만 얻었을 뿐 결국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이 나를 본질적으로 힘들게 하는 현실을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아무리 힘이 되는 가족과 지인에게서 따스한 위로를 받는다고 해도 결국 위로받는 건 딱 그 한순간, 찰나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본질적으로 나의 현실을 바꿔나가는 힘은 타인이 아닌 오직 나 자신에게 있으며, 그 힘을 발휘해서 나의 현실을 보다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도 결국 나의 몫인 일이다.


그런 깨달음을 얻은 뒤부터 나는 삶에서 위기가 찾아올 때 남에게 무작정 위로를 구하거나 위안을 얻으려고 하지 않게 되었다. 그로 인해 잠깐의 심리적 안정과 위로는 얻을 수 있을지언정, 결국 가시밭길을 직접 걸어서 헤쳐나갈 수 있도록 두 다리를 움직여야 하는 건 순전히 나의 의지와 능력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앞으로 살아가다 또다시 나를 주저앉힐 고비를 마주한다면, 나는 어김없이 이 말을 내 안에 몇 번이고 주문처럼 되뇌며 마음을 다잡을 것이다.


기억하자. 삶의 위기에서 나를 구할 수 있는 건 오직 나,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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