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인기리에 방영되는 ‘주술회전(呪術廻戦, じゅじゅつかいせん)’은 7000만부 이상 판매된 ‘주간 소년 점프(週刊少年ジャンプ)’에 연재 중인 ‘아쿠미 시모다(芥見下々)’ 만화 원작의 애니메이션입니다. 주술회전 1기는 2020년 10월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2021년 3월까지 총 24화가 방영되었습니다.
애니메이션에 자정 방영이라는 핸디캡에도 3%에 육박하는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올해 7월에 제2기가 방영되고 있습니다. 1기에 비하여 흑화되면서 시청률이 반 토막 이하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주술회전은 여전히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애니메이션입니다. 2기의 가장 유명한 에피소드는 시부야역에서 주령과 주술사들의 한판 대결이 펼쳐지는 ‘시부야 사변(渋谷事変)’입니다. 주술사와 관련된 몇몇 사람 혹은 장소들만 희생되었던 1기와 달리 항시 사람들로 붐비는 핫스팟, 도쿄 JR 시부역을 무대로 삼았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희생이 따를 거라는 건 불 보듯 뻔합니다.
애니메이션에서 사람들을 해치는 주령(呪靈), 주물(呪物)은 누군가를 저주하는 인간의 부정적인 감정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평범한 고교생이었던 이타로리 유우지(虎杖悠仁, いたどり ゆうじ)가 주령에 습격당한 동아리 친구를 돕다가 주령계의 거물, 특급주물(特級呪物) 료멘수쿠나(両面宿儺)의 잘린 손가락을 엉겁결에 삼켜버려 어마어마한 힘을 얻게 되는 것에서부터 1기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주술회전에는 주술의 능력에 따라 특급, 1급(준1급), 2급(준2급), 3급, 4급으로 나누어지는데 ‘특급주령’ ‘특급주물’ 등을 사용하는 특급 주술사(特級呪術師)는 주술계의 최고등급으로 4명이 있는 것으로 등장합니다. 특급주술사는 이들이 지닌 주력의 힘만이 아니라 독특한 매력으로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2기의 주인공은 단연 고조 사토루(五条悟, ごじょうさとる)입니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강의 특급주술사로 도쿄 현립 주짓수 고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맡은 교사이기도 합니다. 흰색 머리에 검은색 눈가리개를 한 고조는 명석함과 자신감,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 거기에 뛰어난 유머감, 그리고 눈가리개를 벗으면 보석처럼 빛나는 푸른 눈동자(육안, 六眼)의 신비로운 모습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2기의 대표적 에피소드는 시부야 사변(渋谷事変)이고 그 가운데 고조가 있습니다. 사체의 일부를 먹고 죽은 자로 변신하는 강령술(降霊術)을 지닌 잔혹한 저주사들은 그 능력을 사용하여 사람들을 죽여왔는데 1989년에 최강 ‘고조’가 태어나면서 자유를 빼앗기게 됩니다. 저주사를 제거하는 주술사들의 힘이 해마다 강해지는 배경에는 고조가 있다는 판단으로 이 세상의 균형을 위해서는 고조를 없애기로 합니다. 드디어 10월 31일 할로윈으로 붐비는 시부역에 주술사와 저주사들의 한판 대결이 벌어지는 것이 시부야 사변(渋谷事変)입니다.
주술회전 33화 ‘시부야 사변/문이 열리다(渋谷事変/開門)’ 편에 이타도리에게 전해진 이야기는 저주사는 물론 인간계에도 충격을 줍니다. 저주사들조차도 설마 평소에 인간을 지켜야 한다고 강변하는 고조가 인간을 다치게 하면서 ‘그런 일을 벌일 리가 없어(するはずがない)’라는 예상을 뒤엎고 0.2초간 ‘무량공처(無量空処)’라는 주술을 발동합니다. 특급 저주사들의 목적은 시간벌기와 고쵸를 극한 상태로 몰고가는 겁니다. 이를 위한 엄청난 수의 비주술사와 개조인간(죽은 인간의 몸을 점령한 저주사)을 고죠공격의 방패막이로 삼는 다는 겁니다.
평소 고조는 매우 유머러스하지만 냉혹한 면을 갖고 있는 인물로 묘사됩니다.고조의 공격방식은 4가지로 마지막 몸을 쓰는 체술(体術) 을 제외하면 그 어떤 것을 발동하더라도 비주술사인 인간들의 희생은 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주사들은 고죠가 인간들을 희생시키는 방법은 발동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하지만 고조가 ‘무량공처(無量空処)’를 발동합니다. 주술을 발동하면 인간이 주술을 발동하면 비 주술사인 인간들의 희생은 피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죠. 그 결과 개조인간은 모두 제거하는데 성공합니다, 결국 개조인간을 제거하는데는 성공하지만 일반인들의 희생은 그런데도 고조는 봉인되어버립니다.
아직 방영 중이라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지만, 목적을 위해서라면 신념도 도덕도 다 버리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하는 걸까? 최강 ‘고조’는 자신이 무너지면 인간계는 저주를 퍼붓는 저주사들이 득실거릴 거라 이런 희생은 어쩔 수 없는 거라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한 번 무너진 신념은 더는 정의도 신념도 아닙니다. 언제든 버릴 수 있고 필요하면 갖다 쓰는 명분에 불과한 거죠. 명분을 위해 신념을 버린 고조가 과연 봉인을 해제하고 살아나올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