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로율 200% 웹툰 원작 드라마’, ‘싱크로율 100% 동영상’.
인터넷에서 이런 제목의 글은 이제 우리에게 매우 익숙합니다. 여기서 ‘싱크로율’이란 동화 혹은 동화율(同化率)을 의미하는 ‘싱크로나이제이션(synchronization)’의 싱크로(synchro)에 비율이라는 말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일본의 조어입니다. 영어처럼 보이지만, ‘싱크로율(シンクロ率)’은 일본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중요한 키워드가 되는 일본식 조어이가도 합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싱크로율’은 생체병기로 만들어진 인조인간 에바(エヴァ)와 그것에 탑승하는 인간 파일럿과의 정신적 일치도를 의미하는데, 일치도가 낮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다시 말하면 에바의 기체의 영혼과 파일럿의 ‘싱크로율’이 마음이 하나가 되지 않으면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 그게 「싱크로율」입니다. 싱크로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동기화가 높아 에바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에바가 공격을 받으면 에바의 고통까지 파일럿이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는 겁니다.
그럼 에바는 누구일까요? 에바를 조종하는 파일럿, 이카리 신지의 어머니인 이카리 유이는, 복제생명체로 개발된 인조인간 「에바 초호기」의 실험 중에 스스로 피험자가 되어 그 안에 융합해 버립니다. 그러므로 초호기는 유이의 영혼의 화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에바는 더욱더 신지와의 교감을 강하게 원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주인공 중 하나인 아야나미 레이를 마음에 품은 일본 남성은 한 100만명은 있을 것이다…’라고 한 신문사가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어떤 면이 일본 젊은이들의 마음과 「싱크로」하는 걸까요. 왜 이 정도까지 일본인의 마음을 흔드는 걸까요.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3명의 주인공, 이카리 신지와 히로인적 존재인 아야나미 레이, 소류 아스카 랭글리가 만들어내는 인간 드라마에, 시청자들은 자기 동일화를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이 애니의 주 시청자였던 당시 10대부터 30대 전반(1960년대 중반~80년대 중반 출생) 세대들과의 싱크로율이 높았던 것은 당시 애니 속 인물들이 일본 젊은이들의 무의식에 깔린 병리의 형태를 선명하게 부각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아야나미 레이. 쇼트커트의 파란색 머리, 붉은 눈, 하얀 피부와 멋진 성격. 솔직하고 적극적인 애니 속 여성들은 사회현상을 만들어내기까지 했습니다. 아야나미 레이의 등신대 피규어는 공식 스토어에서 37만9527엔의 가격이 붙을 정도로 매우 높은 인기가 있었습니다. 아야나미 레이는 신지와 같이 14세, 이 이야기의 히로인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라고 하는 작품을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과거의 경력은 일절 미상, 가족이나 친척 등 가족은 전무. 거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지만, 신지에게는 가끔 마음을 열기도 합니다. 타인과 전혀 교류하지 않고, 옷도 교복과 제복만 입는 인물입니다. 사실 그녀는 복제인간입니다. ‘스스로의 내면을 알고 싶은 나’, ‘너의 내면을 알고 싶은 너’, 그게 나(이카리 신지)이고 너(아야나미 레이)입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단연 14세의 소년 이카리 신지입니다. 어머니의 사후, 신지는 친척의 손에 맡겨졌고, 아버지는 인류 보완 계획에 빠져 신지를 전혀 돌보지 않습니다. 이렇게 신지는 부모님에게 버려진 채로 혼자서 성장합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온몸으로 느끼는 예민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상처를 입으면 곧바로 타인에게 마음을 닫아 버립니다. 자기를 긍정할 수 없고, 항상 타자=세계에서 거부된 존재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삶에 대해 한오라기의 희망조차 품고 있지 않은 소년 신지는 ‘나에게는 장래에 되고 싶은 게 없다. 꿈이나 희망을 생각한 적도 없다. 지금까지가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그래서 사고가 나서 갑자기 죽어 버려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인물입니다. 이런 신지의 성격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에게 버려진 것이 트라우마로 남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친구 같은 건 처음부터 없는 것이 낫다’고 할 정도로 대인관계에 심한 어려움을 느끼는 소년입니다. 신지는 늘 자신의 존재에 고민해, ‘자신은 왜 살아 있는 것인가?’, ‘자신은 왜 적과 싸워야 하는가?’라고 자신에게 질문하지만, 답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같은 나이의 여성 조종사의 알몸을 보면 심한 욕정을 느끼기도 하는 보통 소년이기도 합니다. 애니 속 에로스는 성적 욕구라는 것을 빌어 초월적인 것에 대한 자기 동일성, 타인과의 일체감 등을 의미합니다.
에바를 타는 파일럿은 모두 엄마가 없는 14살의 소년·소녀들로 이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지능이 천재적으로 우수하고 능력 또한 매우 탁월한 아이들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늘 결핍되었고 고독했습니다. 내 마음을 전할 수도, 네 마음을 알 수도 없습니다. 마음을 줄 수도 받을 수도 없습니다. 그건 지난 상처가 너무 두려운 트라우마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애니의 파일럿의 모습에 당시 젊은이들은 이 애니에서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캐릭터를 처음 보았다!」는 놀라운 발견을 하는 순간 레이, 신지와의 싱크로가 시작되는 겁니다. 하지만 신지는 도망치고 싶은 순간에 ‘도망치면 안 된다’고 스스로에게 소리칩니다. 이 애니는 좌절을 맛보고 정신적으로 굴절되고, 그로 인해 타인에 대한 차가운 시선, 사회와 일정한 거리를 취하려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로 도피하는 아이들에게 ‘그래도 현실 속에서 살아가 보자, 자신이 소속된 사회에 자신의 역할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