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밋데루(神ってる)’와 갓생

by 최유경

Z세대, α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는 말들은 주로 SNS, X(구 Twitter), TikTok 등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신조어 트렌드는 하나가 귀에 익숙해지는가 싶으면 바로 다른 말이 생기니 따라가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하지만 신조어만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생각을 잘 드러내는 말도 없습니다.



최근 일본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이미 사어가 된 ‘가밋데루(神ってる)’가


“역시 저 캐릭터는 가밋데루요나(やっぱりあのキャラは神ってるよな)”


“○○ 활동 봤어? 가밋데루(○○の活躍、見た? 神って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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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식으로 SNS상에서 유행하고 있습니다. 가밋데루(神ってる)는 ‘신(神)+들어 있다(がかっている)’라는 말을 줄인 말로 ‘신들렸다’는 의미에 가까운 말입니다. 우리는 주로 인간의 경지를 넘어선 사람들을 향해 쓰지만, 가밋데루(神ってる)는 ‘마치 신이 만든 것 같다’는 의미로 특별한 물건, 혹은 풍광 등에 쓴다는 게 다르다면 다른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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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밋데루(神ってる)를 처음 사용한 건 프로야구단 히로시마 동양 카프의 감독이었던, 오가타(緒方)입니다. 2016년 6월에 시작된 프로야구전에서 스스키 세이야(鈴木誠也) 선수가 연속으로 굿바이 홈런을 치면서 히로시마 동양 카프가 25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게 되자, 오가타 감독은 스스키 선수에게 ‘가밋데루(神ってる)’라고 한 거죠. 신들리지 않고서야 어찌 저런 타임에 저런 홈런을 칠 수 있냐 뭐 그런 뜻이죠. 이 말은 2016년 유행어 대상을 차지할 정도로 야구팬들 사이에서 엄청나게 유행합니다. 그러면서 ‘가미게(神ゲー, 잘 만들어진 게임, 최고 게임)’, ‘가미타이오(神対応, 기업이나 연예인들의 빠른 언론 대응)’, ‘가미엔기(신들린 연기, 神演技)’처럼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 것들을 표현하는 말로 재탄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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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일본에서 가밋데루(神ってる)라는 말이 유행하던 2016년, 우리나라 신조어도 ‘신’을 의미하는 ‘갓(God)’을 붙이는 거였습니다. 유행에 민감한 마케팅 분야는 바로 반응하였고, 삼양식품은 ‘갓비빔’, ‘갓짜장’, ‘갓짬뽕’ 등 ‘갓’ 시리즈 제품을 출시하였습니다. GS25가 2010년 첫선을 보인 ‘김혜자의 MOM’ 도시락은 가격 대비 우수한 품질로 화제를 모으면서 SNS상에서 ‘갓혜자 도시락’으로 큰 인기를 끌며 회자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유명인 이름 앞에 ‘갓’을 붙여 ‘갓세돌’, ‘갓숙’, ‘갓혜자’로 부르는 등 ‘갓’ 열풍이 거세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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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좋은 것을 표현할 때 접두어로 ‘갓’을 붙이면서 ‘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生)’이 합쳐진 ‘갓생’이 하나 더 추가됐습니다. 그야말로 가성비 좋은 삶을 사는 거죠. 가성비 좋은 삶은 어떤 삶일까요? 우리에겐 똑같이 24시간이 주어지는데, 그 24시간을 정말 가성비 좋게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사는 겁니다. 예를 들면 ‘이른 기상 시간’, 회사나 학교 끝나고 ‘어학 공부’, 운동 등 꽉 찬 하루를 사는 겁니다. 24시간을 30시간처럼 쓰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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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갓생’ 트렌드는 자기계발이라는 목표와 맞물리며 젊은이들에게 정답처럼 다가왔습니다. 2023년 알바천국이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7.4%가 ‘갓생을 추구한다’고 할 정도로, 갓 생을 살아야 나중에 진정한 의미의 신과 같이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 듯했습니다. 사실 갓생이 유행하게 된 건 2019년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나태하고 무기력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습관 만들기였지만, 근면성실은 한국의 근대화와 경제개발을 성공시킨 마법의 키워드로 기성세대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프래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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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기에는 거슬릴 것 없는 희망찬 갓생은 더 부지런한 사람이 되고 싶은 ‘타임 푸어 증후군’과 그로 인한 ‘번아웃’을 초래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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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취지로 나온 갓생이 사람들의 삶을 ‘갈생(갈아 사는 생)’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더군다나 갓생의 실천은 누구나 할 수 있을 법한 계획들로 구성된 루틴이라서 이걸 실패하면 ‘그마저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자기혐오로 자신의 삶을 ‘망생’으로까지 규정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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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갓생이 아닌 ‘걍생(그냥 살기)’, 혹은 ‘겟(get)생’도 괜찮을 수 있습니다. 애초부터 나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갓생이 아니니 나와 맞지 않는 건 너무나 당연합니다.

신이 나에게 깃들지 않고서야 할 수 없을 일을 꼭 하고 살아야 갓생이 아닐 터이니, 저는 최소한 1주일에 한 번은 운동하자, 1주일에 한 권의 책은 읽자고 정하고 있는데, 여러분이 정한 갓생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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