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는 코로나 이후 일 중심 가치관에서 이탈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직장에 들어가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그 결과로 승진하여 임원까지 가는 게 직장인들의 최대의 꿈이라고 하는데, 직장에서 최대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지시된 업무는 해내지만, 그 이상의 적극적인 제안이나 잔업, 승진을 목표로 하는 행동에는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겁니다. 이걸 「조용한 퇴직(Quiet Quitting)」이라고 한다 합니다.
「조용한 퇴직(Quiet Quitting)」이란, ‘회사를 그만둘 생각은 없지만, 출세에는 관심이 없고 직장에서 요구하는 최소한 해야 할 업무만 하는 상태’를 지칭하는 것으로 2022년, 미국인 커리어 코치, 브라이언 클리리 씨가 SNS에 ‘일을 그만두지는 않지만 전혀 일에 대한 의욕이 없고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들’이란 의미로 사용했습니다. 2022년~2023년에 160개국 이상의 약 12만명에 대한 조사에서는 노동자의 약 59%가 조용한 퇴직 상태에 있다고 합니다.
‘조용한 은퇴’의 확산은 개인의 성향 혹은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건 게으름이나 무기력과는 다른 것으로 ‘힘내도 보상받지 못한다’, ‘일할 의미를 못 느끼겠다’, ‘자신의 가능성이 닫혀 있는 느낌’ 등 심리적인 무력감과 무관심이 배경에 깔린 현상입니다. 서구에서 「조용한 퇴직(Quiet Quitting)」의 사고방식이 퍼지기 시작한 것은 학력이나 커리어에 의한 인생의 고정화, 노력에 맞지 않는 리턴에 대한 실망, 과도한 성과주의에 대한 반발의 결과물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조용한 퇴직(静かな退職)」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일본에 특히 많다는 것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주변으로부터 아무런 기대도 받지 않는 고위 관리직 중에 이런 상태의 사람들이 많았는데, 새로운 트랜드도 잘 모르면서 쓸데없이 참견했다가 빈축을 사거나 욕을 먹기 싫어서라고 합니다. 취업활동 지원 서비스 사업 등을 실시하는 ‘마이네비’가 2024년 11월에 20~50대의 정사원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조용한 퇴직」을 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4·5%나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응답자 중 20대가 46·7%로 최다가 되었다는 건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일본에서 조용한 퇴직이 퍼지는 배경은 장시간 노동을 강요받지만, 노력에 맞는 평가나 보상을 받을 수 없고, 성과라는 게 본인의 노력만이 아니라 시장 환경이나 고객 상황과 같은 통제할 수 없는 요소에 크게 좌우됨에도 극단적으로 성과로만 평가받는 시스템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스스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고 느꼈을 때, 일하는 동기부여는 크게 저하되어 버립니다. 극단적 성과주의를 쫓다 보면 실패가 두려워 위험해 보이는 도전을 하지 않고, 단기적인 성과만 쫓게 됩니다. 노력의 방향성이나 도달점이 보이지 않은 채 계속 일하는 것은 마음의 에너지를 갉아먹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면 점차 ‘힘내도 보상받지 못한다’는 감각이 쌓여 보다 큰 목표를 향하는 것보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일만을 해내는 상태가 되기 쉬운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조용한 퇴직(静かな退職)」을 꼭이나 부정적인 선택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조용한 퇴직(静かな退職)」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왠지 직장 내 왕따를 당하는 사람들일 것 같지만, 실천자 중 57·4%가 조용한 퇴직으로 “얻은 것이 많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시간에의 만족감(23·0%)’, ‘일에 대한 정당한 급여’라는 마음이 들었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직장에 대한 이러한 의식의 변화는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로 일하는 장소나 시간에 대한 감각이 크게 바뀌었다는 것도 영향이 클 겁니다. 유연한 업무수행 방식이 가능해지면서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나, 동료의식이 약해져, 조직에 대한 충성도를 가지기 어려워진 측면도 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쌓이면서 ‘더는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게 되고 최소한의 업무만을 해내는 「조용한 퇴직」의 스타일로 이행하는 사람들이 늘었을 겁니다.
거기에 라이프 스타일에도 많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이제는 ‘일이 인생의 중심이어야 한다’는 가치관 자체가 흔들리고, ‘지금은 일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시기가 아니다’라며 의도적으로 일을 많은 선택지 중 하나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소중히 여기기 위해서 일을 줄이며 자신의 삶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등 개개의 사람의 방식은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린 삶의 의미, 일의 가치 등을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더군다나 2012년 ‘일본 대지진’을 겪은 일본인들에게 성공, 성과, 미래를 위해 지금을 희생해야 하는 삶은 이제는 무의미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조용한 퇴직」을 위한 선택은 ‘다 너를 위한 거야’라는 말로 오랫동안 나의 소중한 삶을 희생시키며 살아온 자신을 위한 위로일 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