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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음을 갖은 아톰은 곧 탄생한다

by 최유경

초지능체로 거듭나고 있는 AI는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을 넘어서는 ‘기술적 특이점’에 도달할 거라고 예견된다.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의 등장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그것도 잠시, 행간을 읽고 관계성을 파악하고 창의적으로 판단하는 ChatGPT4의 등장으로 향후 마음을 갖는 로봇의 등장은 현실화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커다란 눈망울에 동그랗고 귀여운 소년의 얼굴을 한 휴머로이드 ‘아톰’이 상장하는 바는 매우 크다. 서구의 슈퍼맨, 아이언맨 들이 모두 잘 생기고 힘센 어른들이라면 일본에서 영웅의 조건은 어른도 아이도 아닌 가녀린 영원한 ‘소년 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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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몸으로 인간의 마음을 지니는 모순된 정체성에 고민하는 아톰의 모습은 일견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1995년 작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ghost in the shell>의 뇌를 제외하고는 몸 전체를 사이보그로 강화한 쿠사나기 소령을 떠오르게 한다. 쿠사나기의 머릿속에 있는 생물학적 뇌는 각종 회로와 장치들을 통해 의체와 연결되어 로봇 신체를 조정한다. 그런 의미에서 원래부터 기계로 만들어진 아톰과는 다르다. 일본인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쉬는 영웅, 아톰을 향한 일본인의 의사 감정은 무엇에 기인한 것일까. 이는 아톰의 비극적 출생 비화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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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톰은 원래 인간에 신체를 강화한 쿠사나기와 다르지 않다. 아톰은 당시로써는 먼 미래일 것 같았던 2003년 4월 7일, 문부과학성 장관, 텐마(天馬) 박사가 교통사고로 죽은 사랑하는 아들, 토비오(飛雄)를 대신할 목적으로 제작된 로봇이다. 텐마 박사가 제작한 로봇은 아들 토비오와 흡사한 모습에 인간의 감정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인간처럼 성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텐마 박사는 로봇 토비오를 실패작으로 여겨 서커스에 팔아버린다. 서커스단장은 이 로봇에게 아톰이라고 이름을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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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인간의 감정을 가진 로봇과 인간은 평등하다는 ‘로봇법’이 통과되자, 오차노미즈(お茶の水博士) 박사는 아톰의 가능성을 간파하고 아톰을 데려와 초등학교에 다니게 한다. 하지만 아톰은 인간과 동일한 외견을 지녔지만, 인간과 다르다는 이유로 온갖 차별을 받으며 괴로워한다. 이처럼 아톰은 이중적 정체성을 지닌 존재이면서도 늘 약자의 편에 서서 싸우는 용감한 로봇 소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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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즈카는 아톰을 아들을 잃은 아버지에 의해 제작된 기계이지만 실패작이라는 낙인이 찍혀 부모(제작자)에게 버림받아 서커스에 팔리고 학교에서는 인간과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지만 고통받은 인간을 돕기 위해 엄청난 용기를 내는 정의로운 소년이라는 서사를 덧입혔다. 아톰은 로봇이기 때문에 외견상으로 인간처럼 성장하지 못한다. 그의 멈춰버린 성장은 제작자인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이유가 되지만 아톰이 피터 팬처럼 순수한 소년의 마음으로 인간을 구하는 정의의 영웅으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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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즈카는 아톰을 21세기의 피노키오로 제작하였다고 말하고 있다. 나무로 만들어진 피노키오는 세속적 유혹에 약한 불완전한 인형이었지만 자신의 아버지(제작자) 제페토를 헌신적인 사랑으로 구출하여 불완전한 나무 인형에서 완전한 인간이 되었다. 하지만 신체적으로나 기능적인 면에서는 완벽하지만, 인간의 마음을 갖지 못해 오차노미즈 박사에 의해 인공심장을 이식받은 아톰은 인간적 정서를 배우기 위해 초등학교에 다니는 로봇이다. 인간의 외모에 인간의 마음을 지니고 있지만, 인간이 될 수 없는 이중의 정체성에 갈등하는 아톰의 불완전성은 사람들이 아톰에 대한 연민을 갖게 하는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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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아톰의 불행은 결코 피노키오처럼 인간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인간과 친구가 되고자 하는 마음에 기인한 것이다. 사람과 인터랙션(interaction)이 가능하고 자신의 정체성에 고민하는 로봇이라는 캐릭터는, 일본인들이 사랑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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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아톰을 상상하기에는 너무나 가혹하다. 2023년 3월, 생성적 사전 학습 변환기능을 장착한 ChatGPT 4.0의 출시는 인간의 뇌를 멈추게 하고 있지만, 동시에 아톰의 얼굴에 AI의 기능을 장착한 로봇의 등장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 준다. 실제로 일본은 아주 오랫동안 인간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자신이 발명한 인공지능에 초월 당하는 ‘기술의 특이점’의 도래로, 인류는 종언을 고할 거라는 호킨스의 발언은 과장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톰의 인간 친구, 타마는 아톰에게 “로봇이 인간의 마음을 갖는 건 안 되는 일이야”라고 말한다. 로봇이 인간의 마음을 갖게 된다면 아름다움도 슬픔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인간이 될 수 없기에, 아톰은 더는 인간을 위해 싸우지 않고 인간과 싸울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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