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지방법원은 헌금은 종교활동의 일환이라는 교단 측의 반발에도 ‘막대한 규모의 피해가 발생하고 현재도 그런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라며 2025년 3월 25일, 통일교(개명 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世界平和統一家庭連合)의 해산을 명령했다. 일본 정부가 종교에 해산을 명령한 건 옴진리교 이후 3번째이다. 교단에서는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에 의한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당한 결과라며 마지막까지 싸울 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에서 통일교(統一教) 문제가 부상한 것은 한 사람의 통일교에 원한을 가진 청년에 의해 벌어진 아베 전 총리(安倍晋三元総理大臣)의 암살이다. 총격암살 사건을 일으킨 야마가미 용의자는 ‘통일교’의 신자인 어머니가 1억이 넘는 헌금을 통일교에 바쳐서 가정이 엉망이 됐다”고 진술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대신의 총격 사건은 일본 정치가와 교단의 유착관계가 잇달아 드러나는 계기가 되었다.
통일교 하면 일본인 신부가 결혼식을 올리는 ‘합동결혼식’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통일교 교세 확장에서 일본은 매우 중요하다. 일본에서 통일교 교단이 독자적인 교리를 내걸고 세를 늘리기 시작한 건 1960년대부터이다. 통일교는 1964년에 일본에서 종교법인의 인증을 받아 1968년에 반공을 기치로 내건 정치단체 '국제승공연합(国際勝共連合)'을 창설하면서 적극적인 포교 활동을 시작한다.
그런데 통일교 전 최고 간부에 의하면 당시 문선명 씨와 1957년부터 1969년까지 총리를 역임한 아베 신조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가 매우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는 국제승공연합의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렸고, 73년 통일교 교단에 메시지를 보내는 등 친분을 과시하였다. 아베의 아버지, 아베신타로(安倍晋太郎) 전 외무부 장관도 통일교의 교인을 자민당 의원의 비서로 파견하여 의원을 교단의 세미나에 초청하도록 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였다. 그만큼 통일교가 정치적으로 이용할 만큼 세력이 셌다는 의미일 것이다.
1980년대 이후 통일교는 일본의 반공산주의를 주장하는 정치조직이나 연맹 등과 손을 잡고 본격적으로 세력을 넓히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이 시기부터 통일교의 신도들은 사람들에게 ‘선조의 원한을 씻어야 한다.’, ‘액운이 들었다’라며 고액의 도장이나 도자기 등을 사게 하는 ‘영감상법(霊感商法)’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정체를 숨기고 가입을 권유하거나 고액의 물건을 팔아 특정 상거래법 위반으로 유죄가 된 신자들이 잇따랐다. 1992년에는 3만 쌍이 ‘합동결혼식(合同結婚式)’을 올렸지만, 일본의 정치인들은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거의 30년간 침묵한 것이다. 그런데 아베의 사건을 계기로 언론은 저주가 풀린 것처럼 자민당과 통일교와의 어두운 뒷거래를 폭로하기 시작했다.
아베 전 총리는 2006년까지만 해도 통일교와 거리를 두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하지만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되면서 자민당이 야당으로 전락하면서 통일교에 조직표를 부탁하기도 하는 공생관계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이 시기부터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 등이 통일교가 주체하는 모임에 출석하여 축사하거나 축전을 보내는 일이 두드러지게 된다.
'위로부터의 지시는 절대적'으로 지켜야 한다고 믿고 있는 통일교의 교인들은 특정 후보자의 선거운동 지원, 투표를 지시받는다. 그 대가로 일부 정치인들은 교단 관련 이벤트에 관여하거나 교단 활동을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공생관계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교단 측으로서는 정치가와 연결된 것으로, 자신들의 활동이 인정되고 있다는 면죄부를 얻었다고 느끼고 대외적으로는 선전할 수 있었다. 게다가 교단을 향한 수사로부터 지켜달라는 암묵적 약속을 받고자 하는 동기도 있었을 것이다
‘영감상법(霊感商法)’이 사회문제가 되기 시작하자 통일교 측은 2009년 이후에는 법령을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2017~2021년의 5년간에 약 54억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였다고 알려졌다. 무허가 입양알선, 합동결혼식에 대한 강한 권고, 고액헌금 강요 등 일본 사회에서 통일교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통일교를 탈퇴한 신자들로부터 소송이 이어지자 2015년 통일교는 아베 정권하에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世界平和統一家庭連合)'으로 명칭을 변경한다. 일본 자민당은 통일교의 명칭 변경을 용인하고, 2022년에는 통일교를 종교법인으로 인정하였다. 그런 와중에 2021년 아베는 비디오 메시지를 통일교 교단으로 보냈는데 그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자민당의 든든한 뒷배를 무기로 통일교는 일본 사회에서 사회적으로 용인된 아무 문제 없는 종교단체로 뿌리내리게 된다.
하지만 암살 사건으로 전통적으로 보수의 편에 서겠다는 자민당과 통일교의 유착관계가 폭로되었다. 자민당의 정치자금파티 뇌물 사건이 문제가 되면서 세이와회=아베파(清和会=安倍派)가 해산되었는데, 통일교는 파티 티켓의 구입을 통해 자민당에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이 드러났다. 연일 자민당과 통일교의 유착관계가 폭로되면서 통일교를 비판하는 여론의 고조되었지만 기시다 정권은 통일교회에 대응하기는커녕, 보도 자체를 막았다. 이는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아베 전 총리 등 자민당 의원이 통일교외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가운데 일본의 지도잘은 교단에 낸 헌금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워져 가정이 붕괴되고 인생이 파괴된 신자와 그 가족, 신자의 2세 등의 삶을 외면한 것이다. 이런 지도자들의 행동은 결국 국민의 삶을 갈아먹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뿐이었다. 아무리 표가 궁해도 국민을 외면한 정치는 국민에게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는 걸 뼈속 깊게 새기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