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파트너 계약제가 필요하다

by 최유경

얼마 전 현재 일본 니혼텔레비에서 방영 중인 '우리들의 집(ぼくたちん家)'이라는 드라마를 OTT에서 보기 시작했다.



오이카와 마츠히로(及川光博)와 테고시 유야(手越祐也)가 주연을 맡은 이 드라마는 일본드라마가 대체로 그러하듯, 어느 작은 도시의 아파트에 어쩌다 모여 살게 된 상처받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울타리가 돼주는 코믹 휴먼드라마다.



담담하고 조금은 과장되고 코믹하게 등장인물을 묘사하는 이 드라마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주류사회와 좀 동 떨어진 일명 '주변인'들이다.



이 아파트에는 엄마가 직장에서 약 3억 정도를 횡령하고 도망 다니는 중학교 3학년 호타루 라는 여학생이 혼자 살고 있다. 그리고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게이라는 이유로 가수의 꿈을 포기하고 동물 사육사가 된 쉰 살의 하타노 겐이치(波多野玄一). 그리고 결혼도 하지 않고 허름한 아파트를 이어받아 관리하는 주인아주머니가 함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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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하타노는 혼자인 삶이 너무 외로워 누군가와 함께 살고 싶어 결혼 정보업체를 찾아간다. 그곳의 직원은 그에게 우선 집을 마련해보라고 권한다. 누군가 함께 살아갈 집,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곳에서 같이 살자고 고백을 해보라는 권유를 한다.



그 충고대로 집을 구하기 시작한 하타노. 그러던 중 연인과 헤어져 같이 살던 집을 나온 중학교 교사, 사쿠타 타쿠(作田索)를 알게 되고 그에게 첫눈에 반한 하타노는 그를 위해 집을 알아봐 주는 등 그의 곁에서 소소한 일들을 도와준다.



그러던 중 호타루짱으로부터 엄마가 횡령한 3억을 줄 테니 가짜 아버지가 돼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건 호타루가 자신이 시설에 보내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어른 없이 혼자 살아가고 있는 호타루는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그 아파트를 떠날 수 없다며 하타노에게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만 가짜 아빠가 돼달라는 부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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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한 호타루의 부탁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던 하타노는 가짜 아빠가 돼주기로 하는데, 학부모 상담에서 사쿠타를 만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가짜 아빠 행세를 하는 것이 들통 난다. 하지만 호타루의 행복을 위해 사쿠타는 하타노의 가짜 아빠가 되는 걸 용인하고 호타루와 생활이나 진학문제를 상담하면서 하타노와 사쿠타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파트너십' 을 맺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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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는 '파트너십 제도(パートナーシップ制度)'가 뭔지 알려주고야 말겠다는 기세로 구청직원의 입을 통해 세세하게 설명해 준다. 사실 이 드라마를 보기 전에는 일본의 파트너 쉽제도에 대해서 그리 아는 바가 없었다. 몰랐다기보다는 그리 관심이 없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거 같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성 소수자는 무슨 바이러스처럼 정말 보기도 싫다. 옆집에 사는 것도 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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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든 국가의 헌법에는 "모두 국민은 개인으로서 존중된다. 생명, 자유 및 행복추구에 대한 국민의 권리에 대해서는 공공의 복지에 반하지 않는 한, 입법 그 외의 국정 위에서 최대의 존중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의 성적 취향이 어떠하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으며, 국가는 국민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해줄 의무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시행된 것이 파트너십제도(パートナーシップ制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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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에서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LGBTQ 커플에 대하여 '혼인에 상당하는 관계'임 을 증명하는 증명서를 발행하고 세금감면, 유산상속, 각종 행정적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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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도는 지자체의 조례에 근거한 제도로 최근에는 성 소수자만이 아니라 동성끼 리라도 파트너라고 지자체가 인정하면 증명서나 등록증이 교부돼 법률혼 커플이 받는 행정 서비스와 같은 서비스가 이용할 수 있게 되는 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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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파트너십 제도는 2015년에 도쿄도 시부야구와 세타가야구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이 후 도도부현으로서는 이바라키현이 2019년에 처음으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물론, 지자체 마다 다르지만 일부 지자체서는 공영 주택에의 입주나 가족으로서 병원에서의 면회, 수술의 동의 등이 인정되는 때도 있다.



최근에는 이성 커플의 사실혼과 마찬가지로 동성 커플도 주민 표에 '남편' 또는 '아내'라고 기재하는 것을 인정하는 지자체도 있다. 다만, 파트너십 제도는 혼인 제도와 달리 지자체마다 서비스의 내용은 다른데, 일반적으로 파트너십 제도의 이용자는 법정 상속인으로서 인정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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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유언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파트너는 상속할 수 없다. 또한, 세금면제도 배우자공제나 증여세의 배우자공제 특례 등 혼인 관계에 있는 부부에게 인정되는 세제상의 우대조치는 적용되지 않는다. 일본의 성 소수자들은 파트너십 등록제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성 소수자들에 대한 대중의 인식 변화를 이끌었다고 말한다.



아마 나처럼 '성 소수자를 난 차별하지 않아'라고 머릿속으로는 생각해도 정작 직접 성 소수자를 접한 적이 적은 사람들은 이들이 겪는 어려움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면서 내 주변에는 '없겠지'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제도를 통해서 '있을 수도 있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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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십 제도를 동성결혼이라는 틀에서 좀 더 폭넓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오랜 친구를 파트너로 정할 수도 있고, 믿을 만한 누군가를 파트너로 정할 수 있다. 자식이 부모를 모시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고독사가 이미 남의 나라 일이 아니게 된 우리나라에서 난 누군가의 파트너가 되고, 누군가는 나의 파트너로 서로 가족처럼 의지하고 살 수 있다면 그게 가족이 아니고 무엇이랴. 우린 끝까지 나로 살고 싶다. 하지만 나로 나 답게가 굳이 나와 피를 나눈 이들이 아니면 어떠하리. 밥을 나누면 식구인데. 동성이든 이성이든. 누구를 사랑하고 누구와 살고 싶은 가는 개인의 문제이지 국가가, 사회가 간섭할 일이 아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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