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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유경 Jan 10. 2023

붕어빵과 타이야키 이야기

겨울이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길거리 서민 간식, 따끈따끈한 붕어빵! 골목길 어귀에서 고소한 냄새가 풍기면 왠지 무조건 사야 할 것 같은 마음에 몸이 반응하며 발걸음이 빨라지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우리에게 붕어빵은 추운 겨울을 녹여주는 따뜻한 온기입니다.



예전에는 좀 더 속이 물컹물컹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기술이 진화해서 그런지 바삭바삭하고 고소해졌습니다. 어릴 때 천원에 열개하던 붕어빵은 기술의 발전과 물가의 상승으로 잉어빵으로 신분 상승하면서 천원에 두 개가 되었지만, 더욱 맛있어졌습니다. 잉어빵은 팥만이 아니라 슈크림, 초콜릿까지 품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붕어빵도 진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 붕어빵의 고향은 일본입니다. 일본의 타이야키(たい焼き,たいやき, 鯛焼き)에서 유래한 것으로 우리나라에는 1930년경에 건너왔습니다. 타이(鯛, たい)는 생선 도미를 의미하고, 야키는 잘 아시다시피 굽는다는 의미의 야쿠(焼く, やく)의 명사형, 야키(焼き, やき)가 더해져 만들어진 말입니다.



도미는 우리나라에서도 그렇지만 일본에서도 명절 때 빠지지 않고 상에 올라오는 귀한 몸으로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우리나라에 있다면 일본에서는 ‘썩어도 도미’(腐っても鯛, くさってもた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본인의 도미 사랑은 각별합니다.



도미가 맛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본어로 타이(鯛. たい)라고 하는 도미의 발음이 아주 행복하고 축하할 만하다는 형용사 ‘메데따이’(めでたい)을 연상시키는 말(語呂, ごろ)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타이는 아주 오래전부터 재수가 좋은(엔기가요이, 縁起がよい) 생선으로 인식되어 축하하는 자리에는 빠지지 않고 상에 올리는 생선입니다.



타이야키(たい焼き)는 도미 형태의 쇠틀에 속에 팥(あずき, 아즈키)으로 만든 앙코(餡子, あんこ), 때로는 앙(あん, 餡)으로 불리는 팥소를 넣어서 구워내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타이는 히라가나, 야키는 한자로 표기합니다. 일본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팥 외에도 크림, 치즈, 초콜릿, 말차 등의 다양한 앙코(あんこ)를 넣은 타이야키가 판매되고 있습니다.



타이야키(たい焼き)는 명치 시대에 고안된 간식으로 알려졌습니다. ‘먹거리 기원사전’(たべもの起源事典)에 의하면 창업자는 도쿄로 상경하여 와세다대학에서 공부하던 오사카 출신 간페이센이로(神戸清次郎, かんべせいじろう)와 겐지로(源次郎) 형제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가세가 기울어져 집에서 학비를 대줄 수 없게 되자 형제는 학교를 중퇴하고 1909년 도교 아자부(麻布, あざぶ)에 나니와야(浪花家)라는 가게를 냅니다. 나니와(浪花)는 오사카의 옛 이름으로 자신들의 출신지를 가게 이름으로 하고, 당시 유행하던 이마가와야키(今川焼き, いまがわやき)집을 내었다고 합니다.



이마가와야키는 지금의 도라야키와 비슷한 크기에 도톰하고 둥근 빵입니다. 그런데 전혀 장사가 되지 않자 빵의 모양을 바꿔보기로 결심합니다. 거북이, 토끼 등 엔기(縁起)가 좋은 동물 모양으로 하기도 하고, 공 모양으로도 해 보았지만, 여전히 장사가 되지 않자 이번에는 축하한다는 의미가 넣어 메데타이 타이(めでたいタイ) 모양으로 만들어 팔았는데 이게 날개 돋친 듯 팔리면서 도쿄의 명물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 가게의 본점은 여전히 도교 아자부(麻布, あざぶ)에 있습니다. 이 나니와야소우혼텐(浪花家総本店, なにわやそうほんてん)점 이외에도 분점들이 오사카, 코베 등 전국적으로 있으니 언젠가 일본에 가시게 되면 우리네 붕어빵, 혹은 잉어빵과 비교하시면서 타이야키를 드셔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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