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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유경 Jan 14. 2023

다르다, 틀리다, 치가우(違う), 마치가우(間違う)

일상생활에서 ‘다르다’와 ‘틀리다’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 친구 생각은 나랑 좀 틀려’, ‘이 커피 맛은 지난번 것과 좀 틀리네’ 등의 말은 어디가 틀렸는지 잘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지만, ‘그 친구 생각은 나랑 좀 달라’, ‘이 커피 맛은 지난번 것과 좀 다르네’ 등과 같이 사용하는 것이 맞습니다. 



형용사, 다르다의 사전적 의미는


1.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아니하다.

2. 보통의 것보다 두드러진 데가 있다.

라는 의미로 쉽게 얘기해서 ‘다르다’는 ‘같다’의 반의어입니다.



이에 비해 ‘틀리다’는 ‘정답이 틀리다’, ‘계산이 틀리다’처럼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난다’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형용사입니다. 어렸을 때 종종 하던 ‘두 그림 속에서 같지 않은 점’을 찾는 놀이는 ‘틀린 그림 찾기’가 아닌 ‘다른 그림 찾기’가 맞는 표현이지요.



영어에서 ‘다르다’와 ‘틀리다’는 Different와 Wrong으로 쉽게 구별이 되는데, 우리는 왜 혼동하여 사용하는 걸까요? 누군가는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동해 사용하는 우리네 언어습관을 단순한 혼동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정말로 ‘다른 것은 틀린 것’으로 생각하는 우리의 사고 메커니즘에서 원인을 찾기도 합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틀린 것으로 규정하는 것들을 가까이에서 너무 자주, 너무 많이 보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일본어는 어떨까요? 다르다는 어긋날 위(違)자를 써서 치가우(違う, ちがう)라고 하고, ‘틀리다’는 치가우(違う)에 사이 간(間) 자를 더해 마치가우(間違う, まちがう)라고 합니다. 치가우(違う)라는 동사의 뜻도 어떤 것이 동일하지 않다(同じではない), 혹은 동등하지 않다(等しくない)라는 의미로 우리말의 ‘다르다’와 그야말로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치가우(違う)는 상대방이 말한 것을 부정하는 ‘아니다’라는 의미로도 사용되는 것이 우리말과 다른 점입니다. 예를 들어 



A:“내가 틀렸어?”(私が間違ってる?)


B:“아닙니다”(いや、違います)



이 경우는 당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같다’의 반의어로 사용되는 경우죠. 사전적 의미로 치가우(違う)는 아래처럼 사용합니다.



1. 비교하여 같지 않은 상태를 나타내다. 습관이 다르다(習慣が違う)


2. 둘 사이에 차이(差)가 난다. 격이 다르다(格が違う), 성능이 다르다(性能が違う)


3.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 약속이 다르다(約束が違う), 답변이 다르다(答えが違う), 상대가 다르다(勝手が違う)


4. 기준이 되는 것,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 계산이 틀리다(計算が違う), 답이 틀리다(答えが違う), 잘못된 질문에 아닙니다(違います)


5. 본래의 위치에서 벗어나다, 정상이 아닌 상태가 되어버리다. 다리 근육이 잘못되었다(足の筋が違った). 정신이 돌다(気が違う)



우리말과 달리 원래 기준이 되는 것과 다른 것도 ‘치가우’(違う)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로 일본어의 영향을 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그것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기준점에서 좀 벗어난 경우, 예를 들어 액자를 걸을 때 “여기가 맞아?” 혹은 “삐뚤지 않아?” 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는 ‘치가우(違う)'를 사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마치가우(間違う,まちがう)와는 어떻게 다를까요?



이건 기준점에서 좀 벗어난 것이 아닌 완전히 틀린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계산가 치가우’(計算が違う)와 ‘계산이 마치갓데루’(計算がってる)는 어떻게 다를까요? ‘계산가 치가우’(計算が違う)는 ‘계산이 좀 틀린 것 같은데’라는 의구심으로 물어보는 것이고 ‘계산가 마치갓데루’(計算が間違ってる)는 계산이 의심할 여지 없이 틀렸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틀리다와 다르다를 혼동해 사용하는 거지만, 일본어인 경우는 기준으로 삼은 어떤 것과 다른 것, 차이가 나는 것은 틀린 것이 되는 겁니다. 우리의 다른 것이 틀린 것이 아닌 것처럼 치가이(違い)는 마치가이(間違い)인 것이 아닌 겁니다.



가치관이 다르고, 좋아하는 것이 다르고, 사는 곳이 다르고, 모양의 다름이 50~70% 정도면 치가이(違い)이고 100%면 마치가이(間違い)가 되는 걸까요? 우리가 순도 100%로 틀리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세월이 지난 후 그조차 ‘틀린 거였구나’라고 생각되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배웁니다.



우리의 삶 속 마치가이(間違い)를 가끔은 기준에서 좀 벗어난 거구나 정도로 치부해 준다면 마스크로 갑갑한 호흡을 해야 하는 우리의 삶이 좀 편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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