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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인 Nov 29. 2021

2화...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기까지가 어렵지

우리들의 만남

2015년 가을, 중창단 무대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서 보았다.




"안녕하세요."


나는 노래로 많은 사람을 웃겨본 적이 있지만 내가 아이 학교 예술제에서 한 곡부를 어머니 중창단을 모집한다는 안내문을 보고, 안내문의 그 날짜에 맞춰 마냥 음악실로 들어가면서 인사했다. 10여 명의 사람들 사이에서 아는 얼굴 없이 혼자 앉았고 알토와 소프라노를 선택하라는데 알토는 소프라노 음을 그대로 따라갈 것 같아 많은 사람들이 하는 소프라노 자리에 앉았다.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악보를 보며 입을 뻐끔뻐끔 거리며 소리는 내지 않았다. 


아이의 초등학교에서 운동회가 열리면 달리기를 못하지만 같이 추억을 공유하고 싶어 성큼성큼 달렸고, 학교 도서관에 봉사 신청해서 매주 아이들 책 읽어 주기를 하기도 했다. 엄마가 적극적으로 활동하면 아이도 적극적으로 삶을 대하는 것을 배울 것 같아 나의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단점을 극복하면서 용기를 몇 번 내 보았다. 아이의 학교는 대안학교여서 소수의 아이들이 학교를 다녀서 같은 학년의 아이들 엄마들은 몇 명을 알았지만 다른 학년의 학부모들은 잘 몰랐기에 각 학년의 엄마들이 다 모일 수 있는 중창단은 다른 학부모 활동보다는 조금 더 용기를 내야 했고 조금 더 낯설어 힘들었다. 


노래를 엄청 잘 부르고 합창단 경험이 있으신 분들도 계신 것 같았고 처음부터 유머러스한 인사로 분위기를 이끄는 분도 계셨고 처음 듣는 알토를 한번 배우고 바로 따라 부르는 분들을 보면서 더 기죽어 있었지만 다행히 동갑인 77년생이 4명 있어 회차를 거듭할수록 살짝 편해졌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 레슨 받고 3개월 뒤에 무대에 설 때까지 눈 마주치면 웃을 수 있게 되었고 동갑인 예쁜 지휘자 선생님과 함께 밥도 먹고 나니 레슨시간이 기다려지는 날이 오기도 했다. 물론 나의 목소리도 함께 어울리면서 중간에 독창도 조금 할 기회가 생길 정도로 나의 3개월은 아주 큰 성장을 하는 시간이었다. 


드디어 예술제가 있던 날, 초등학생인 딸을 먼저 학교로 보내고 나는 미용실에서 머리와 메이크업을 받았다. 9년 전 아이의 돌잔치 때 메이크업을 받아보고 정말 오래간만이라 예뻐진 내 모습에 흥이 오르고 약간의 흥분은 설렘과 함께 솜사탕 같은 뭉글뭉글함으로 내 마음을 부풀렸다. 학교에 도착해서 보니 하늘하늘 한 선녀 같은 하얀 드레스도 옷걸이에 나란히 걸려있는 것을 보니 그 솜사탕이 이제는 내 마음을 가볍게 붕 뜨게 해주는 것 같았다. 


무대에서 노래는 어찌했는지 기억도 안 나고 심지어 6년이 지난 지금은 무슨 노래였는지 조차 가물가물 하지만 딸에게 멋진 엄마를 보여주고 싶었던 나의 목적만큼은 확실히 기억이 나는 그 열정적인 무대 위에서 누구의 엄마가 아닌 오로지 나 본인으로써 임한 후 내 만족으로 끝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이라도 나의 딸이 나의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물어보고 싶어 지지만 "그때? 글쎄 기억 안 나."라는 대답이 돌아올 것이 확실하기에 예전 사진을 찾아보며 나 혼자 웃어본다. 


무대에서 내려와 그 선녀 같은 옷을 반납하면서 3개월의 여정은 마무리되었지만 아직도 내 옆에는 그때 그 무대에서 나와 함께 노래한 그 동갑내기 4명의 친구들이 있어 함께 웃고 먹고 공감하고 일상을 나누고 있다. "우정"이란 단어는 초등학교 여학생들에게나 어울릴 것 같은 분홍색 같은 단어 같지만 40대 주부에게도 찾아올 수 있는 단어 일 줄은 몰랐다. "어제 딸 친구의 엄마랑...."이라고 이야기하지 않고 "어제 내 친구랑...."이라며 이야기하는 나는 그녀들을 떠올리면 기분이 참 좋다. 


이렇게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40대의 우정"의 시작되었다. 그녀들과 지난 6년간 많은 에피소드가 있는데 만남의 이야기는 여기서 했고 어떻게 친해졌는지 다음 화에서 이야기해야겠다.






PS..... 6년 전 어렵게 음악실 문을 열고 들어간 나에게 칭찬을 전하며 역시 오늘도 나는 머릿속으로 운동하고 유튜브 보며 눈으로 운동하지 말고 문 열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아니 다집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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