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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인 Dec 02. 2021

기적

영화 기적을 본 후  - 기적을 믿어요


영화 시작 전 광고타임





중학교의 마지막 시험을 마친 중3 딸아이가 영화를 보고 싶다고 했다. 

월요일 저녁을 먹고 볼 만한 영화가 뭐가 있을까? 편안한 옷 입고 집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다가 어두워지는 이 시간에 영화 보러 가기 엔 살짝 귀찮음이 생겼다. 게다가 나는 영화를 별로 안 좋아한다. 아니 영화 자체를 안 좋아한다기보다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기에 영화 장르에 한정적이고 그런 영화들이 스케일 큰 영화들이 별로 없어서 철 지나 집에서 봐도 충분하기에 영화관에 큰 매력을 못 느끼는 것 같다. 그리고 재미있게 읽은 책이 영화로 나와서 봐도 책 보다 못한 경우가 더 많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또한 나는 영화 중에 액션이나 SF나 호러는 잘 안 보는데 그런 걸 좋아하는 딸이랑 취향도 안 맞으니 퇴근하는 아빠와 "이터널"을 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랬더니 "그 영화 친구가 봤는데 별로래. 내가 엄마 보고 싶은 거 같이 봐줄게. 보러 가자. 기적 어때?"라고 한다. 기적? 검색해보니 박정민 배우가 나오네


얼마 전 박정민 배우가 쓴 "쓸 만한 인간"을 읽고 그를 알게 되고 책에서 나온 영화 "변산"을 보았다. 그 후  그 배우에 대해 매우 흥미롭던 차였기에 내심 딸의 부탁을 들어주는 척하며 나는 기대감을 안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박정민 배우는 내가 본 영화"시동"에도 나왔었는데 노란 머리로 나와서 그런지 잘 인식되지 않아 책 읽고 박정민 배우였던 것을 알고 놀랐었다.  변산에서 영화를 너무 잘 이끌어 가는 주연 배우이면서 도드라지지 않게 영화에 잘 어우러지면서 영화를 살리는 것이 신기하다고 생각하며 변산을 봤었다. 책에서 만난 박정민 작가는 굉장히 깊지만 가볍게 웃어넘길 줄 아는 사람이었고 마음 아파 속으로 앓는 사람을 미소 짓게 위로할 줄 아는 따뜻한 남자여서 영화의 박정민과 다른 사람 같았다. 


영화관에 도착하며 알았다. 우리가 코로나 이후에 영화관에 온 적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정말 오래간만에 영화관에 오다 보니 팝콘이랑 버터오징어를 먹으며 영화를 볼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백신관에서만 먹을 수 있고 일반관은 음식을 먹을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이런,,,,, 중학생 딸이라 백신을 아직 안 맞아서 우리는 아쉽게도 물만 먹을 수 있는 일반관에서 봤다. 영화관에는 우리 모녀까지 총 5명이서 그 큰 영화관에 앉아 영화를 보면서 다리 펴고 편하게 앉아 봤지만 영화를 볼 때 울 때와 웃을 때가 같이 공감하며 같이 울고 같이 웃을 수 있는 그런 영화관의 그 분위기가 아니라 좀 아쉬웠다. 


이 "기적"이란 영화는 생각지 못하게 정말 많이 울게 만들었다. 졸업식과 입학식 같이 좋을 것을 혼자 보기 미안해 안 갔다는 아빠의 마음에도, 준경의 아빠가 인생의 두 가지 후회를 한다는데 그 후회가 엄마의 죽음과 딸의 죽음이 아빠와 연관되어 있어 통곡하고, 보경 누나가 보경 누나로 집에 남아 준경이랑 있을 때, 준경이가  수갑을 차고 책상에 스스로 메어 있을 때, 준경이가 양원역을 왜 만들고 싶어 하는지 알았을 때 나의 딸은 내 옆에서 오열했고 나도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관객을 울게만 하는 그런 신파 영화는 아니고 라희덕에 정말 많이 웃었다. "저희 당구 쳤어요!"라니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지? 하하하 그리고 라희가 준경이가 천재인걸 찾아내는 3가지 방법이 너무 엉뚱하고 기발해서 재미있었고, 준경이가 점점 라희에게 물들어 가는 그 과정이 너무 귀엽고 순수해 보여 좋았다. 


기적이 무엇일까?

준경이가 내일 열심히 편지를 보내자 그가 원하는 양원역을 대통령이 허락해 주는 날이 온 것이 기적인 것일까? 누나가 매일 준경이와 함께 그 집에서 살아 준 것이 기적일까? 자신의 천재성으로 인해 누나가 죽은 것 같아 준경이가 계속 숨기고 있었는데 그 천재성을 알아봐 준 물리선생님을 만난 것이 기적일까? 매일매일 혼자 쓰던 청와대행 편지를 라희와 함께 보내게 된 것이 기적일까? 매일매일의 염원과 행동들이 쌓여 기적을 이뤄내는 걸 보니 기적은 멀리 있지 않고 나의 노력과 의지로 이루어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기도나 또 다른 이의 기도나 이런 간절한 염원들이 이루어지는 것이 기적이라면 이 영화에서 처럼 그 기도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고 염원하고 최선을 다하면 마을 사람들이 그리고 라희가 또 보경 누나가 도와준 것처럼 주변에서도 함께 바라고 기원해주기에 이루어졌을 것이다. 시한부를 선고받으신 분이 기한을 넘기고 완치되는 기적도 그분의 살고자 하는 굳은 마음과 주변인들의 살리고자 하는 염원과 돌봄이 모두 잘 이루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건강을 또 누군가는 부를 또 어떤 이는 사랑을 바라고 있을 지금 모두 간절한 마음으로 현재를 열심히 바라며 작은 하나하나를 이루어 가다 보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오늘도 나는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지만 꼭 이루어 지길 바라는 기도를 모아 좁아 보이는  그 문으로 기도를 보내본다. 이루어지소서, 이루어지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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