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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인 Dec 01. 2021

오랜 된 것들에게 애정 쏟기

애틋하게 아끼면서 사랑해요

10년 된 나의 식탁이 이제는 주방이 아닌 거실을 차지하고 있다.




2009년 결혼 후 처음 집을 장만하면서 새 아파트로 입주하였다. 예쁜 식탁을 사고 싶었지만 5살 아이에게 처음으로 침대를 사주려고 돌아다니며 보니 식탁의 가격이 내 생각보다 엄청 높았다. 영혼을 끓어 모아 집을 사다 보니 이미 설치되어있는 간이 주방 테이블이 있는데 굳이 식탁을 더 들여야 하는 건 사치같이 느껴졌다. 그래서 좀 높은 바 의자를 사용하면서 간소한 식탁을 차리면 4 식구가 쓸 수 있었다. 둘째가 돌쟁이 여서 보통은 바닥에 접이식 테이블을 펴고 밥 먹는 일이 더 많았다. 그러다 몇 년이 지나 우리 가족의 화목한 식사 자리가 필요하다면서 식탁을 들이기로 했다. 주방이 아주 컸기에 2m 크기의 8인용 식탁을 들이고 싶었다.


그때부터 고민의 시작이다. 대리석 식탁은 우아해 보였고 애쉬 나무의 식탁은 세련되고 따뜻해 보였다. 이렇게  재질의 고민은 고민도 아니었다. 상판이 같아도 식탁 다리 모양에 따라 분위기가 달랐으며 의자는 왜 이렇게 디자인이 다양한지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마음에 드는 의자들이 계속 나왔다. 주말에는 유명한 가구거리들을 돌아다니고 브랜드 가구 매장들도 돌아다니면서 정말 많은 식탁들 중에서  "나만의 식탁"을 찾아 헤매다가 아주 튼튼해 보이는 나무 식탁을 만났다. 깔끔한 다리와 나뭇결이 살아 있어 남편과 나는 이 식탁이 마음에 들었다. 마침 어울리는 식탁등까지 들이면서 나의 예쁜 나무 식탁은 우리 주방에서 당당한 포스를 담당하였고 그때부터 나는 식탁을 예쁘게 꾸미기 위해 테이블메트를 사고 그릇을 사며 음식을 담을 때 플레이팅에 신경 썼다. 이로써 우리 가족이 더 화목해지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서울로 이사를 하면서 평수를 좀 줄여 이사를 했는데 이전 집에서는 주방에서 다이닝룸으로 멋지게 자리를 차지하던 식탁이 새로 이사 온 집에서는 주방이 좁아 못 들어가고 거실에 자리를 차지했다. 이 집은 주방에 4인 식탁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였다. 그렇다고 식탁을 반으로 자를 수도 없고 버리자니 애착이 가서 버릴 수도 없었다. 

처음 이사 와서는 그릇들을 좀 멀지만 확장한 거실의 끝에 있는 식탁으로 옮겨가며 먹다가 나중에는 몇 걸음 걸어가는 것도 귀찮아져서 주방에 작은 테이블을 들이게 되고는 이 식탁을 잘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손님이 올 때는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었지만 평상시에는 내가 책상으로 쓰면서 먼지도 좀 쌓이고 볼품없어져 갔다. 어떨 땐 아이들이 학교에서 가져온 만들기들을 올려두면서 전시하는 공간이 되기도 하면서 사용 빈도수가 줄어들었다.


지금 우리 집에 비해 식탁의 크기가 너무 크고 예전에는 튼튼하다고만 생각되던 반듯반듯한 그 식탁 다리가 지금은 두껍고 답답한 디자인 같아 보였다. 하얀 인테리어를 한 집에 이 식탁은 색도 좀 짙은 것 같았다. 요즘 당근 마켓도 잘 된다고 하던데 올려볼까 싶다가도 이렇게 큰걸 누가 가져가겠어 했다가 나중에 내가 내 작업실 같은 거 만들면 이 정도 크기는 돼야 할듯싶어 놔둬보자 했다가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했다.


그러다 레몬오일이 생겨서 오늘 아침에 얇게 2번을 발라보았다. 나무가구 관리할 때 이렇게 오일을 발라야 하는지 몰랐는데 10년이 넘어서 처음으로 오일을 발라보니 향도 좋고 식탁도 다시 반짝이는 것 같아서 예뻐 보였다. 이렇게 관리해주어야 했었던 거구나 싶어 지면서 안타깝고 후회가 되었다.


지금 타고 다니는 새 차를 사기 전 카니발도 13년이 되었는데 10년째가 되던 해부터 가다가 멈추고 무언가 질질 새고 문이 안 열리면서 이리저리 손을 봐주어야 했다. 그러면서 조금 더 마음을 쓰며 애틋하게 가꿔주니 아직도 잘 운행이 된다. 새 차를 좀 더 자주 타기에 주차장에 마냥 서 있는 날이 늘고 있지만 늘 캠핑 갈 때는 카니발과 함께 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집의 냄비는 18년째 쓰고 있는 냄비 세트이고 내 손의 묵주반지도 혼배성사 때 쓴 거니 20년이 다 되어 간다. 이 김에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둘러보았다. 결혼 19년 차이다 보니 오래된 것들이 집안 곳곳에 있지만 오래되었는지 모르고 있었다. 익숙하고 편하게 그렇게 내 옆에 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우리 가족도 19년째 서로 맞추고 맞춰주면서 마음을 쓰고 아끼며 애틋하게, 오래되었지만 오래된 것 같지 않게 관계를 잘 유지하며 살고 있구나 싶어 져 새삼 감사해졌다.


내 친구들은 어떠한가?

얼마 전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줌으로 밤 9시부터 1시간가량 수다를 했다. 중간중간 학원 다녀온 아이들이 인사를 하고 지나갔고 퇴근해 온 남편들도 각자 인사를 하고 지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가다 보니 코로나 시국으로 안 본 지 1년이 넘었지만 어색하지 않게 여행 계획을 이야기했다.



생각해보면 내가 이야기하는 소재들이 10년 전 20년 전 어떨 때는 30년 전 이야기를 엊그제 이야기하듯이 하고 있을 때도 있으니 나도 오래된 것 중에 하나다. 이렇게 오래된 것을 잘 아끼고 가꾸고 관계도 잘 유지하면서 40년 50년 60년 이상 될 때까지 오래되었지만 오래되지 않은 듯 정성을 쏟으며 살아야겠다.


저 식탁 우리 집에 더 있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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