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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인 Dec 04. 2021

꽃 다운 나이네







내가 꾸준히 봉사하고 있는 단체가 2개가 있다. 두 군데 다 중간에 쉰 적이 있기는 하지만 10년이 넘은 봉사들이다. 하나는 나와 연령대가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도서관 봉사이고 다른 하나는 나와 앞자리가 1~2자리 높은 나이를 가지신 분들과 함께 하는 성당 봉사이다. 


며칠 전 성당 봉사하시는 분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 갔었다. 코로나로 인해 월례 회의도 2년간 못 하고 봉사도 한 명씩 돌아가면서 하기에 서로 얼굴을 볼 수 없었는데 성탄인 대림절을 앞두고 오래간만에 모여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았다. 대청소도 같이 못하고 개인적으로 역할 분담하여 청소하다 보니 정말 얼굴 볼 일이 적었다. 작년에는 성탄절에도 부활절에도 성당에서 미사가 폐쇄되어 정말 오래간만의 성탄절을 성당에서 맞이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60대 중반인 한분이 


"스텔라는 나이가 어떻게 되지?"

"저요? 45살이요."

"어머 꽃 같은 나이네~"



와~~~~!

 내 나이가 꽃 같은 나이가 될 수도 있구나 싶어 새삼 놀랐다. 

나는 교복 입고 깔깔 거리며 걷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꽃 같은 나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푸릇푸릇 새싹이 올라 올 즈음에 대학가에서 누가 봐도 새내기 같은 신입생들을 보면서 "꽃 같은 나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제 시력도 체력도 나의 관절들에게서 느껴지는 신체 노화를 몸 소 격고 있는 나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의아했다. 누가 봐도 꽃 같은 나이는 아니지 않은가?


 "내가? 내가 왜 꽃 같은 나이지?"


몇 년 전만 해도 내 나이보다 어리게 봐주면 기분이 마냥 좋고 그 말을 해 준 사람이 참 센스 있다고 생각하며 그 사람에게 고마웠다. 그러나 내가 나이 듦에 대한 책을 보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고 그 나이에 어울리게 살아가는 것의 우아한 로망이 생겨 버린 지금 그런 말을 들으니 감사하기보다는 의아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니 그런 말을 해 주는 나보다 20 여살 차이나는 분들의 마음에서 꽃 같은 나이는 단순한 젊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젊어 보인다는 건 내 얼굴 피부가 생각보다 주름이 덜 하다던지, 내 겉모습이 생각보다 젊은 스타일이나 감각을 가졌다는 것인데 그들의 꽃 같은 나이는 자신들의 한창 즐겁게 살았을 그 당시가 되는 것 같다. 직장생활을 한다면 가장 열심히 일하고 또 그 일을 인정받았을 때가 황금 같은 꽃 다운 시기일 것이고 육아를 했다면 아이랑 같이 제일 재미있고 즐겁게 육아를 했을 그 나이일 것이다. 그 나이는 사람마다 다 다를 것 같다.  "꽃 같은 나이"는 10대라던지 20대라던지 이렇게 명확하게 정해 진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에게 그 말을 해 주신 분은 마흔 중반에 제일 행복하시고 가장 아름답게 활짝 핀 꽃 같이 회려한 시기였었나 보다. 



20대들의 도전과 활기찬 에너지가 그리운 사람에겐 그 나이가, 치열하게 생산적인 일을 많이 하던 30대가 그리운 사람도 있을 터이다. 또  40대의 성숙함이 그리운 사람에겐 그 나이가, 또 누군가에게는 삶을 비로소 나로 볼 수 있는 60개가 그렇게 꽃 같은 나이가 될 수 있을 것이리라!




나의 꽃 같은 나이는 지금이길 간절히 바라며 오늘도 나는 열심히 살아가 본다. 

수수하지만 우아하게 나이 들면서 그분의 말씀처럼 꽃 같은 나이로 살아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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