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살림도 저 은행나무만 닮아라
은행나무
운 좋게 단풍이 한창인 한국에 와서 깊어가는 가을 속에 나는 은행나무를 본다.
아파트 단지, 도시의 길가, 공원의 한 구석에서 은행나무가 노란빛으로 불타오를 때면 나는 저게 다 돈이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한다.
“저게 돈이라면 얼마야.”
홍콩에서는 새해에 가짜 빨간색 돈봉투 (홍빠오)를 매화나무 가지에 걸어 장식을 하기에 그런 상상이 들었나 보다.
노란 돈 옆에 빨간 단풍이 섞여 있다.
은행은 황금빛, 단풍은 붉은 보석.
자연은 가을 단풍을 통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내 마음도 따라서 부자가 된다.
빚은 많고 통장 잔고는 적지만, 눈앞의 풍경 앞에선 부자로 서 있다.
가을도 잠시, 이 단풍도 떨어질 거다.
그러니 이 순간의 풍요를 빨리 사랑하는 이들에게 축복하며 나누고 싶어진다.
가을의 아름다움도, 시의 감동도 실생활의 소망 앞에 자리를 내 준 속물로서
내 살림도, 통장 잔고도 저 단풍처럼 팡팡 터져서 꽉꽉 차 주길 바라며 시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