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 얼굴에 책임지기

이 말 한 사람 얼굴 좀 봅시다!

by 조용해

내 얼굴 어디에 굴곡이 져서 이리도 버겁게 살고 있는가...

남들처럼 둥글둥글 생기지 않아서?


내가 바라는 평탄한 삶이라는 게 그렇게 못 오를 나무는 아닌데

왜 남들이 겪지 않아도 되는 아픔을 겪으면서 하지 않아도 좋을 생각을 해가면서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 건지. 내가 가진 관계 속에서 나는 어디쯤 서있는 건지. 공들인 관계들이 스러지고 왜 혼자서 막막해하는지... 내 고요한 요새를 두고 안착하지 못하고 왜 그 언저리에서 다른 것을 걱정하며 서성여야 하는지


이제는 얼굴에 책임을 지는 나이도 되었건만 그 <책임>이라는 게 여전히 두렵다. 내 맘 하나도 책임지기 어려운데... 까짓 마음이야 숨기면 그만이지만 멋대로 생겨먹은 세월의 잔해가 고스란히 남아있을지 모를 얼굴을 나더러 책임지라고? 까짓 마음이라고 큰소리 쳤지만 그걸 숨기는 대도 벅차구만. 이 습자지 같은 얼굴을, 찍으면 QR코드처럼 이력이 고스란히 드러날게 뻔한 이 얼굴을 내가 책임지라고? 이게 왜 이렇게 억울하지? 그냥 누군가 대신 져주면 안 되는 거야? 아니 얼굴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잖아. 나만.


생각해봐 니얼굴을 남이 책임지는게 더 웃기지 않겠어?


우리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걸로 하면 어때?

keyword
이전 21화눈치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