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서 읽기
엥?
읽다 보니 다 읽어 버렸어요. ㅎㅎㅎ
처음엔 되게 어려워 보여서... 제 생각에 이 책의 경우 번역본이 더 어려운 거 같아요.
번역본으로 읽다가는 여러 번 포기를 했었거든요.
원서가 생각보다 난이도가 안 높아요. 도전해 보세요. 제말을 이해하시게 될 거예요. 제 느낌에는 <챨리의 초콜릿 공장> 보다 쉬워요.
애초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보고 싶었지만 성질 급한 저는 참지 못하고 후딱 읽어 치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이 아이와의 접신엔 실패했고요. 시종일관 아이의 뒤통수만 바라보며 애를 뒤쫓았어요. 마치 가출한 아이 뒤 밟는 엄마 심정으로. 맘 같아서 불러 세워서 등짝 스메싱 한대 날리고 그간의 비행을 퉁쳐주고 집으로 끌고 오고 싶었지만... 왠지 그러면 안될 것 같더란 말이죠. 몽유병 환자 중간에 깨우면 안 된다면서요?
다소 허세가 있기는 하나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할 줄 아는- 동갑의 매춘부에게 연민같은거를 느끼는 장면이 그래요- 주인공에게 읽으면서 정이갔고요.
처음엔, 이해 안 가는 삐딱함이 읽다 보니 그럴만한 서사가 있더군요.
내 아이를 내가 다 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일부도 아이의 진짜 모습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내 아이의 반응이 조금만 삐딱해도 즉각적으로 파르르 했던 거 반성합니다.
이제는 한 탬포 늦춰서 애가 하는 행동 뒤를 짐작해보려고요.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른들은 경험과 연륜으로 부조리한 것들을 봐 넘길 수 있지만 애들은 소화를 못하는 것 같아요.
그게 쌓여서 상처가 되고 또 그게 아이다운 반응으로 엉뚱한 곳에서 나오는 것도 같고.
이 책의 리뷰들을 보니 호불호가 많이 갈리던데 전 호입니다.
적어도 어떤 어른으로 나이 먹어가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니까요.
번역본으로 읽었다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지금보다는 짧았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기회가 된다면 앞으론 번역본보다 원서를 읽는 것도 좋은 독서 습관이 되겠다 싶어요. 왠지 더 생생하게 와닿는 느낌이 있네요. 작가의 톤도 이해하게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