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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해 Nov 10. 2021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어떻게 키우긴, 남들처럼 키웠지... 특별할 것 없이. 

부모 자식 간의 변하지 않는 원리 중 하나는 부모의 자식에 대한 외사랑이다. 이 사랑의 종류는 매우 편향적이며 그것의 회수에 있어서 매우 냉정하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는 것이 그것의 근거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부모는 자식에게 어떤 식으로든 <배신>을 당한다. 다소 과격한 < 배신>이라는 단어를 쓰기는 했지만 어쨌든 자식은 부모가 생각하는 데로 커주지 않으며 성인이 된 후 먹튀가 정해져 있는 합법적인 존재인 이유가 그렇다. 

그래서 그 배신을 당한 부모는 종종 먹튀를 감행하는 자식을 향해 "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확인되지 않는 명제를 들이대며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는 소심한 생색을 내곤한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기 시작하면서, 동시에 내 인생의 개인적 목적은 지우고 그 자리에 자식을 가장 강력한 목적으로 설정한 이후로, 다짐한 것이 한 가지 있다. 나중에 아무리 자식에게 뒤통수를 세게 맞는다고 하더라도 절대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로 시작되는 넋두리성 레퍼토리를 읊지 않으리라!


일단은, 나는 내 자식의 양육과정을 다른 부모의 희생에 은근히 슬 적 편입하여 평가하지 않을 것이며 냉정히 내가 한만큼 만을 기준으로 삼을 것이다.  그와 함께 나는 내 자식과 나의 관계에 있어서 인간대 인간에게 당연한 Give and Take의 원리를 깨끗이 잊어 줄 참이다. 나와 내 자식의 관계에서는 철저히 give만이 행해질 것이다. 그래야 후에 본전 생각이 안 난다. 멋있는 척을 하려는 의도는 없다. 단지, 자식의 길을 막는 질척거리는 부모가 되지 않고 싶을 뿐이다. 또한 내가 이렇게 비장하게 결심하지 않더라도 내가 늙어 자식의 보살핌이나 그가 나의 울타리가 되는 시점이 오더라도 그 역할을 하는 자식은 아마도 천연기념물쯤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각자도생이다. 늙었건 힘이 없건. 이제는, 앞으로 도래할 시대는 냉정의 시대인 것이다. 


그에 그것을 대비하는 개인적 실천사항을 마련하고자 이 글을 쓴다. 거창할 것 없는 일상에서의 나의 작은 체크리스트쯤으로 여기고 싶다. 


일단 내가 하는 행동이 단순한 내 도리인지 희생인지에 개인적인 그러나 정확한 잣대를 가질 것이다. 어디까지가 내가 생각하는 도리이며 어디까지가 내가 생각하는 희생인가라는 부분에서 되물을 것이다.  "나는 지금 희생을 하고 있는가?"라고. " 아니오" 까지만 내 도리를 정성껏 할 예정이다. 내가 스스로 희생했다고 믿는 순간 나의 인생은 그를 위해 무작정 소모된 시간이 될 것이며 그것에 대해 당장은 아니지만 본전이 생각날 무렵에는 이것이 부채로 생각되면서 헛갈림을 유발하며 나에게 <받아내>라고 부축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NoNo 이것은 진정 피하고 싶다. 


다음으로, 그를 감정적으로 대한 후, 벽에 머리는 짓찧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한 행동을 그에게 해버리면 보상심리로 그에게 뭔가를 더 내어주려 무리할 것이다. 그 지점에서 희생과 도리의 경계선은 쉽게 무너지게 될 것이다. 나의 멘탈과 함께. 

이것에 대한 세부사항은 다음과 같다. 


- 감정을 실어 그를 훈육하지 않는다. 나의 기분의 고저에 따라 일관성 없이 같은 사건에 한해 다른 행동양식을 보이지 않는다. 

- 훈육을 위한 <혼냄의 시간>을 짧게 한다. 어차피 중언부언하다 보면 쓸데없는 감정이 실리고 그의 자존감을 빼앗는 말들을 토해 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또 그놈의 희생과 도리의 경계는 또 엿 바꿔 먹을지도 모를 일이다. 

- 혼낼 때 단어의 선택에 유의한다. 그의 노력을 폄하하거나 조롱하는 식의 단어는 감정만을 해친다. 이경우 나의 반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자식)의 반응이 어쩌나 올지 모르고 그에 대한 나의 반응도 예측이 어려우므로 특별히 주의한다. 나의 격앙된 감정이 이차적인 피해를 부를 수 있기 때문에 오로지 훈육을 위한 <혼냄>에 집중해야 한다. 

 

PS. 나중에 생각나는 요소에 대해 보충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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