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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해 Jan 22. 2022

뭐, 누군들 인생이 평탄만 하였겠냐만...

위화 <인생>

하도 좋다고들 해서 조금은 낯선 중국 작가의 <인생>을 읽었다. 

처음엔 농촌을 배경으로 유유 자적 띵까띵까 농땡이 부리는 화자의 행태가 흥미로워 그냥저냥 읽을만했다. 그러던 이 화자 논다니의 눈에 들어온 늙은 농부의 이야기를 할 때까지만 해도 그냥 그런 농촌의 구수한(?) 이야기들 이려니 했다. 가볍게 읽히 길래 방심하며 읽다가 남의 인생에 바닥까지 봐버리곤 얼덜결에 중국의 현대사까지 죽 흝어버린 이 황당함이란!

 지금은 초라한 노인이 왕년의 잘 나가던 시절을 얘기할 땐 그 옛날 읽었던 펄벅의 <대지>가 겹쳐지기도 했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정도 시절의 잘 나가던 부잣집 도령의 이야기려니... 그러나 잘 살던 사람, 특히 잘 살던 남자의 클리셔대로 노름으로 가산을 탕진해주시고 그때부터 행복 끝 개고생 시작의 그의 인생은 전쟁이 나면서 업친대 덮친 격으로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돌진한다.


아이구 이 박복한 사람아! 부자가 망하면 3년은 간다는데 하루아침에 그지가 된 것도 기가 막힌데, 생짜로 전쟁에 끌려간 것도 억울한데, 잘 있던 딸이 벙어리가 된 것으로 팔자 땜을 했을만도 한데... 뭔 인생이 이리도 지랄 맞아. 두 아이, 예쁜 부인에 사위 게다가 손자까지 줄줄이 차례로 잃어가며 죽지 못해 살아가야 했던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그래 그렇지... 인생이... 누구에게나 그런 거지. 

나만은 잘 살 것 같았지만 보도 듣도 못하던 나에게만 닥치던 불행들을 악소리 한번 못 내보고 당하는 것. 

지내고 보니 남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

단지 자신의 스토리에 매몰되어 앞뒤 돌아볼 여유 없이 당해지던 것.

그래도, 그럼에도 꾸역꾸역 살아지던 것.

죽지 못해 산다는게 무슨말인지 알알이 피부로 느껴지던 것

인생엔 앤딩은 없다는 것 더우기 해피한... 그러기엔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는 것.

당할 땐 세월이 여삼추 같더니 주욱 지내고 보니 일장춘몽의 한순간의 찰나 같던 것.


노인이 늙은 채로 오래 살았다지? 나도 지금이 지루한데 이런 채로 오래까지 살아야 하는 거야?

그가 미리 살아 본 인생이 그렇다면 내게도 진행될 것이 뻔한데...

왜 좋은 것은 찰나요 지루한 것은 영원인지... 이것 또한 인생의 패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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