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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해 Feb 22. 2022

지금, 여자로 산다는 것

영화 <아이 엠 러브>와 <세 번째 부인>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모든 문제는 셰익스피어의 망작으로부터 시작됐다고 본다. <말괄량이 길들이기>. 생긴 대로 살게 두지 그 발랄한 애를 지가 몬데 길을 들여? 여자가 애완동물이야 모야? 인간이 인간을 왜 길들여? 끝내 또 바라는 대로 길들여지는 여자는 또 뭐구...  권장도서로 선정되었던 덕에 중학교 땐가 읽은 기억이 나는데 그때의 그 황당함이란... 그 알 수 없는 찝집함이란... 괜히 읽었어 괜히 읽어서 하며 정말 ' 안 본 눈...'을 그때 알았다면 안 본 눈을 용돈을 다 털어서라도 샀을 거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 독일에서 보게 된 독일 극작가가 각색 한 동명의 연극에서,  내용은 거의 비슷하나 마지막에 길들여진 여자가 길들여진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너무나 허탈하고 황망한 표정으로 앤딩을 장식하던 장면을 보며. ' 이거지 저게 맞지 저게 현실이지!' 그 한끝의 차이. 그날 부로 나는 독일 것이면 무엇이든 좀 높게 쳐주게 되었다. 




그 옛날 노라는 인형의 집에서 어느 날 뛰쳐나갔지. 자아를 찾겠다고 

거기서부터 였걸까? 지리멸렬한 여자의 삶에서 뭔가를 찾아 떠나던 무모한 도발은...


이탈리아의 상류층과 베트남의 상류층 각각 한가락씩 하는 집에서 남자들은 좋았을지 모르나 여자들은 고역이었던 삶이 이어진다. 예쁜 그릇이 지천으로 있으면 뭐해 그거 맨날 쓸고 닦고만 하는 삶... 돈이 많으면 뭐해 식모인지 부인인지 헛갈리게 내던져진 삶인걸 것도 14살에... 


현모양처인 척 누군가 씌워준 <신사임당>의 프레임 안에서 그렇게 남자의 꼭두각시 인형으로 얼마나 살 수 있겠어. 바람도 피워 보고 동성연애를 해보고 그래 봤자, 그것은 본질이 아니지. 그건 그냥 잠깐의 이탈일 뿐 

그걸로 해소될 갈증이었다면 그러고 말았을 껄? 지금까지 지켜온 게 아까워서라도... 그런데 말이지 지금까지 지켜온 게 전혀 한 푼도 안 아깝다면? 그건 문제가 좀 다르지. 하루를 살아도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가 아닌 <나>로 살아 보고 싶다면?


이번 생이 망했다 생각이 든다고 그 집 앞 버드나무에 광목으로 목을 메어 죽어주는 걸로 그 집을 탈출하는 것은 아무래도 복수가 아니지 끝까지 살아남아서... 그것들이 병들면 집에 아무도 남겨두지 않고 곰국 한솥 끓여 놓고 놀러 나가 버리는 게 훨씬 깔끔하지. 


동서양의 차이인가? 빨간색 에르메스 드레스를 정신없이 벗어던지고 고가의 반지 시계 다 내팽개치고 초록색 츄리닝 접어 입고 뒤도 안 돌아보고 맨발로 뛰쳐나가던 주인공 엠마의 모습이 어찌나 섹시하던지.

그 순간, 남들의 이목? 자식? 어차피 다 키웠잖아 성인인걸. 망설일 것 없지 가차 없이!


그렇게 인형의 집을 버려 본 사람은 안다. 그게 얼마나 별게 아니었는지...


Tip 나올 땐 미련 없이 나왔더라도 이대목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동안 그 인형의 집에 혹시 내가 스스로, 자발적으로 갇힌 건 아닌지에 대한 여부! 혹시나 내가 <노라> 혹은  <엠마>를 만드는 데 가담한 적은 없었는지에 대한 철저한 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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