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거 요물일세 EM
우리 동네는 예전에 동사무소에서 Em을 나눠줬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얘는 여름에만 만들어 써서 사진은 없어요.
얘도 지 나름대로 발효를 열심히 해서 뭔가를 계속계속하는 거는 같아요.
한 20년 전에 EM 한창 유행할 때 만들어서 쓰다가 눈에 보이는 효과를 얻고 싶어서 여기저기 써봤었거든요?
냄새나는 운동화에도 뿌려보고 머릿결도 좋아진대서 써보고... 그러다가 주방 싱크대에 한동안 졸졸 흘려보내봤어요. 왠지 배관에 제가 청소하지 못하는 곳을 미생물이 대신 청소해줄라나 싶어서... 그러길 열흘 즈음? 그 이상? 됐을 때... 두둥.
그날도 아침에 커피를 내리러 주방에 갔는데 싱크대 배수구에 분홍색 소시지 같은 것이 쑤욱 솓아있는 거예요! 저는 제가 한 짓은 까먹고 하수구에서 미지의 생명체가 나온 줄 알고 소리 지르고 난리를 난리를.
그런데 가만히 보니 이게 음식물찌꺼기와 EM이 만들어낸 미생물 덩어리더라고요. 너무 신기해서 자주 가는 사이트에 사진 찍어 올렸다가 혐오사진 올렸다고 된통 욕을 먹고 내리기는 했지만,
보기에 흉측하긴 했어요. 외계생명체처럼 슐라임처럼.
그걸 집어서 버리고 나서 한동안 싱크대에서 찝찝한 냄새가 안 났었다는.
반려균은 시간을 기다려 줘야 해요. 어떤 균이든
그 시간 동안 이게 망칠지 제대로 될지 부화내동 해봤자 균은 대답이 없죠
그 파동이 지쳐갈 즈음 얘들이 살아있음을 알려주거든요.
그 순간의 기특함이란...
두 번째부터는 기다림을 배우게 돼요.
뭐든 기다리면 돼 라는 서로 간의 믿음 같은 게 생겨요.
그래서 조바심 나는 뭔가를 기다릴 때 도움이 돼요.
기다리면 됐었잖아...
하물며...
이러면서 자신을 다독이게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