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사람 콤플렉스

관계의 유효기간

by 조용해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어요.

오래 전이 아니라 최근까지도요. 그런데 기력도 딸리고 부질없음을 여러 번 확인하고 나서야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걸 알게 됐죠.


30대 시절에 아는 40대 언니가 마흔이 되면 사람을 가려 만날 수 있어서 그게 차-암 좋다. 그러더라고요?! 당시는 뭔 말인지 이해를 못하고…

세월이 많이 지난 후,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을 때쯤…

곧이어 인간관계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는 말을 체득하게 되면서… 사실… 저는 이 말이 너무 싫었었거든요.

왠지... 지금도 이 말이 마음에 딱히 드는 건 아니지만 인정은 하기로 했죠. 그게 그렇더라고요.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렇게 되어 버리고 나니,

그래 그렇지. 유통기한… 이 퍼뜩 떠 오르더라고요. 관계가 끝나 버리고 난 후 그 말이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네요. 어쩔 수 없는 관계가. 속절없이 멀어져야 하는 관계가 있더라고요 살다 보니. 막연히 영원할 줄 알았는데…

아쉽냐고요? 네 많이 아쉬워요. 같이 보낸 기간 동안 잘해주지 못해서가 아니라 솔직하지 못했던 것 같아서요.

인연이 다해서 멀어지긴 해도 나를, 그래도 나를 제대로 알게하고 보냈어야 하지 않나...

시간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렇게 정해져 있는 줄 모르고. 다시 잇는다고 이어지는 관계도 아니고 다시 잇는다 한들 의미가 없구요. 이제는 스쳐져 간 인연이지만 그동안은 소중했노라고. 다만 그걸 전할 수 없는 것이 아쉽네요.


나이가 든다는 건 이런 거 같아요. 소문으로만 듣던걸 정면으로 맞닥뜨리는 것.

예전엔 막연히 그럴 거라고 짐작만 했던 것들을 어느새 그랬었다.로 표현할 수 있는 것

그래서 좋네요...


옛날 드라마 <애인>에서 황신혜가 그래요

누군가 20살로 다시 돌아가면 뭘 하고 싶냐고? 묻는 대답에. 으.. 싫어 그걸 또해? 됐어 그 피곤하고 고단 한일을… 지금이 좋아 다시 안 돌아가…

하두 오래돼서 디테일은 잊었지만…


저도 그래요. 스무 살? 어우 노우. 지금이 좋아요. 그 치열한걸 그걸 어떻게 또 해요? 시러 시러


완벽하고픈 욕심이 있었던 거 같아요. 그걸 비우려고요.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제게 지금 남아있는 인연들에게는 그 기간이 얼마로 정해져 있는지는 모르지만 후회하지 않게 솔직하려고요. 이젠.





매거진의 이전글아침, 베란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