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리가...
1. 같은 서클에서는 절대 사귀지 않는다.
2. 같은 과에서 사귀다 헤어지면 여자가 휴학하더라. 그러므로 같은 과에서도 절대 사귀지 않는다.
언니들의 주옥같은(?) 충고, 그러나 진실이 아닌 오류로 가득한 충고로 인해… 아니, 맨날 동아리실 아니면 과실에 살던 제가 그럼 어디 가서 남자를 만나겠냐고요? 이 부분은 지금에도 억울해요. 원망합니다 언니들을! 동아리실에서 썸탈 뻔한 순간들도 언니들의 조언을 떠올려 자제하고 과실에서도 저 좋다는 많지 않은 애들을 뻥뻥 찼던 결과, 급기야 2학년 크리스마스에는 혼자 보낼 위기에 처해졌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주말… 혼자 보낼지도 모르는 크리스마스를 걱정하며 그날도 어김없이 방바닥을 긁고 있는데 …
따르릉!
"주루비! 지금 당장 니 옷 중 가장 쎅끈한 옷으로 챙겨 입고 화장 빡세게 하고 홍익문고로 튀어 오니라!!! 언니가 오늘 킹카를 네게 넘기마."
제 친구 중에 술 진창 마시고 그날 나이트에서 제일 잘생긴 애 꼬시는 걸 취미로 삼던 애가 있었거든요. 승률 100%!. 남자 친구도 있는 것이. 그날도 그랬나 봐요. 술 깨고 다음날 수습하려니 감당이 안됐던 거지. 그래서 제가 급하게 소개팅에 불려 가게 된 거죠.
저는 사람 뒤에서 부처님처럼 후광이 비치는 걸 믿잖아요. 제가 봤거든요, 그날.
역시 혜진이가 꼬실 만하 군 상태가 … 182의 키에 ….
그렇게 그를 만났습니다.
됐어 얘였던 거야! 아마도 제눈에 하트가 뿅뿅... 들켰나 봐요.
눈치 빠른 이 녀석 다짜고짜
“ 남자 친구 있니? 있으면 걔 차고 오빠랑 사귀자. 나는 앞으로 10분 동안 졸라 볼 모양이니까 한 5분 정도 튕기는 척하다가 허락해라. 아니… 그렇게 해주라… 제발” 요 멘트에 홀랑 넘어갔잖아요.
연애 경험이 풍부했던 그는 밀땅의 천재였고 저는 쌩자 초보였죠. 그와의 연애는 짜릿했지만 너무 기가 빨렸어요. 치열하게 싸웠고 열렬하게 사랑했어요.
저는 사랑의 열병을 정말로 물리적으로 끙끙 앓았잖아요 한 3일 감기처럼 앓았어요.
그는 소위 지금 말하는 인싸였고 그런 그가 저는 못 믿어웠어요.
왜 그런 사랑 있잖아요? 서로를 물어뜯는. 우리가 그랬어요. 기싸움 장난 아니었고 좋을 땐 세상에 둘도 없고… 궁합도 안본다는 네살차이. 저보다 네살 많아서 제가 스물셋, 그가 스물일곱이었어요. 신해철의 노래 가사 중에 ' 너에게 내 불안한 미래를 함께 하자고 말하긴 미안했기에...'
그 기분… 시간이 흘러서 나중에 생각해보니 겨우 스물일곱살 남자애에게 미래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을…
이렇게 어렸던 우리의 연애는 헤어짐의 이유도 기억 안 나지만 끝이 났어요.
감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 사람이랑 있으면 정말 좋았지만 왠지 끝이 슬플 것 같았어요. 결혼하고 싶을 만큼 좋아했지만 왠지 결혼까지는 안 갈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
한날은 그가 그러더라고요.
" 모든 연인이 그렇듯 우리도 정말 사소한 걸로 헤어지게 될 거야. 그때 내가 한 번은 널 잡을 거야. 그때 잘 생각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전화를 3번만 끊어 그러면 오빠가 알아듣고 다시는 전화 안 할게… "
이렇게 헤어짐을 예언했고.
저는 그에 질세라
“ 만약에 내가 오빠랑 헤어지길 결심했다면 그건 내가 뭔가에 자존심이 상한 상태일 거야. 내가 전화를 3번 끊으면 내가 전화를 받을 때까지 네 번이고 다섯 번이고 다시 해. 그러면 용서해 줄지도 몰라”
그의 말대로 우리는 사소한 거였는지 그 이유가 기억이 안 나지만 제가 먼저 이별을 통보했고. 그는 정말 저를 다시 한번 잡았습니다. 저는 그의 전화를 조용히 끊었고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내가 이별을 먼저 말했으니 내가 찬 건지… 그가 이후로는 전화하지 않았으니 그가 찬 건지…
만나는 중에 그가 그랬었거든요. 누군가를 만나면 그 사람을 만난 시간만큼 잊는데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너무 오래 만났다가 헤어지면 서로를 잊는데 너무 힘드니까 한 3년만 만나자고… 정말 그를 3년 만나고 최면에 걸린 것처럼 그를, 그의 특유의 미소를 잊는데 3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그의 차가 흰색이었거든요. 저는 저희 집 주변에 주차되어 있는 혹은 지나가는 모든 흰색 차는 혹시나 그의 차 같아서 가슴 떨렸었고 그와 같은 차종의 모든 색상의 차도 그의 차일지 모른다는 황당한 환청과 환상에 그 후로도 오랫동안 시달려야 했어요. 물론 우리 집에 울리는 모든 전화는 그가 거는 전화 같았구요 …
정말 열렬했는데 그때 후회 없이 사랑해서 그런가? 전 나중에 싸000로도 페000으로도 그를 단 한 번도 찾은 적 없어요. 그와 헤어진 후 저는 그와 걷던 거리를 끊었어요. 그의 동선을 알았거든요. 그리고 우연히 마주치는 상상도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조용히 안도했어요. 휴… 그와 결혼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만일 그와 결혼했다면 너무 피곤했을 것 같아요. 결혼생활도 피 튀겼을 거예요. 그냥 그는 저의 첫사랑. 거기까지.
우리 신랑을 만나고 알았잖아요 사랑이 이렇게 편안할 수도 있는다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