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의 법칙/김준한
사람은 떠나도 태풍에 떨어진 열매처럼 가슴 비비며 뒹구는 기억들
감성은 바닥으로 향하고 이성은 저 위로 날아가지 아무도 나를 누른 적 없어
오를수록 숨이 가쁜 건 스스로의 바닥이 당기는 힘을 못 이기니까 그래
이별의 순간 내일로 나아가지 못하고 오늘에 엎어져서 과거를 후회하는 것도 생각이 밑으로 떨어지기 때문이야 다행인 건 볼을 타고 아래로 흐르는 눈물 바닥을 적시지 못하면 아무것도 틔울 수 없잖아
허리가 땅과 가까워지고 자꾸만 작아지는 키
바닥이 당기는 중력을 더는 버틸 수 없는 세월의 무게,
젊음은 오늘을 박차고 내일로 날아오르지만 늙으면 자꾸만 과거로 떨어지는 거야
우리들은 마음 저 깊은 바닥을 벗어날 수 없어
그 아무리 총명하고 장사인 사람도 결국엔 본질로 돌아오는 거야 그래서 늙으면 다 시인이 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