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여는 글〉
너무 늦은 감도 있지만 감사한다. 그래도 덜 부끄러운 시집을 내지 않았는가. 20살 첫 시집을 냈다면 지금 그 시집을 보고 얼마나 부끄러워했을까. 그러니 불혹이 넘어 첫 시집을 냈다는 것에 감사할 일이다. 초등학교 1학년 어느 날 낮잠에서 일어나 형언할 수 없는 고독을 맛보았다. 캄캄한 방 안에 혼자 던져진 기분은 도무지 견딜 수 없었다. 아마도 그때 처음 나란 존재에 대해 눈뜬 것이 아닌가 한다.
살면서 한순간도 이 세상에 나 혼자라는 고독감을 잊어 본 적이 없다. 광활한 우주에 혼자 던져진 기분, 그래 나는 그 절대고독과 싸우며 여기까지 왔다. 사람들은 나와 비슷했지만, 절대적으로 다른 존재였다. 존재에 눈뜨고 나서 신을 의지했지만 신은 나에게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다. 그때부터였으리라 나는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시를 쓰기 시작했다.
숨 쉬듯이 쓰고 생각했다. 왜 하필 나는 그 많은 것 중, 시를 좋아할까? 왜 나는 써야만 할까?
그런 생각 끝에는 웃음이 났다. 왜냐면 의사들에게 너는 왜 의사냐? 가수에게 넌 왜 가수냐? 묻는 것과 같은 이치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시인으로 태어난 것이다. 태어나보니 시인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내 정체성을 확인했다. 세상엔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을 생각하면 나는 복 받은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내 고독한 삶을 위로했다. 문학을 논하지 않더라도 시를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나는 어디서 왔는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 이 세 물음을 한 번도 자신에게 물어본 적 없는 사람을 만난다면 참으로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세상에게 왜 시를 기피 하냐고 원망도 했었다. 하나 이제 그러지 않기로 했다. 세상을 방관하자는 게 아니고 세상을 용서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25년 동안 내가 아끼고 퇴고하며 내 한평생 함께해준 시들을 시집보내듯 시집에 엮습니다.
많은 이들이 축하해 주기를 바랍니다. 여기에 실린 시들은 내가 목숨 걸고 키워낸 내 아들과 딸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는 과업을 완수해 자식을 세상에 낳고 떠나고 나는 내 시들을 낳고 떠날 수 있게 되었으니 감사합니다. 이 시집을 출간하기까지 고생하신 분들에게 감사하다 말씀 전합니다. 내 가족과 친구들, 지인들, 문인 여러분, 특히 샘문그룹(샘문시선)에 이정록 회장님(교수님) 그리고 편집위원님들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더욱더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정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5. 02. 12.
시인 김준한 드림